EP 08. '야매' 디자이너의 비애

초보 디자이너가 겪는 두 가지 창작의 고통

by 글쓰는클레어

새로운 대표인 케빈이 조인했을 때는 위젠이 한참 새로운 사이트를 개발하고 있을 때였다.


첫 사이트는 경험 부족으로 업체를 통해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개발했지만 기존의 쇼핑몰 템플릿 등을 그대로 옮겨다 쓴 여러모로 커스터마이징이 안 된 불편한 웹사이트였다. 그래서 개인 개발자와 함께 다시 정식 사이트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초기에 함께 했던 디자이너 두 분이 퇴사하신 이후였기 때문에, 그나마 팀 내에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알던 내가 홈페이지의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이로써 나의 평생 취미였던 디자인이 실무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취미에서 일로


어린 시절, 추억의 나모 웹에디터를 만나면서부터 홈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인 툴을 익히는 데 빠지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개발로 빠져서 공부했더라면 참 좋았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의 성향에 맞게 디자인 툴들을 배우는 데 더 빠지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포토샵을 배우면서 맨날 사기로 얼짱 사진을 만들어 올리고..... 덕분에 포토샵을 어느 정도는 익히게 되어서 대학 때까지도 디자인 알바를 하면서 생활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었다. 일러스트를 배우면서는 어머니 부동산에서 필요한 명함이나 지도, 브로셔를 만들면서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교 때는 인디자인을 배워서 교지 편집 디자인을 했는데 언젠가 또 해보고 싶을 만큼 너무 재미있었다. 대학 초반에 방송부에 들어가면서는 프리미어도 배우고 잠시나마 PD가 되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즉, 나는 Adobe의 빠였다.


하여간 이 모든 게 미래에 1도 쓰임이 있을줄 몰랐는데 포토샵과 프리미어를 이렇게 많이 쓰게 될 줄이야!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툴들을 다룰 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감각'이었다.



첫 번째 고통, 눈이 있어도 왜 보지를 못하니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백종원이 흔히 '똥입'이라고 표현하는 사장님들이 있다.

표현은 거칠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 본인 자체의 taste 가 낮으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좋은 음식이 나올수가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똥손만 있는게 아니라 똥눈도 있다. 야매 디자이너로써 내가 첫째로 극복해야 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사이트 디자인을 다시 하면서 색감을 고르는 것 부터가 고통스러운 관문이었다.

내 눈에는 그냥 다 괜찮아보이는데, 케빈 눈에는 다 촌스럽다는 거였다.


*물론 케빈도 지금 생각하면 엄청나게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였다. 빨갛게 해보라 그래서 빨갛게 하면 조금만 더 회색톤을 넣어보라고 하고, 좀 더 회색 쪽으로 색을 찍으면 방금 찍은 그 두 색의 정확히 가운데 숫자값의 색을 한 번 해봐달라고 하고, 색 하나 고르는데 백만년 걸리는 식...


여하간 지금 보면 말도 안되게 촌스러운 디자인들인데, 그 때의 내 눈에는 전혀 이상해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할지 모르니.. 어딘지 모르는 지향점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의 부족은, 교과서같은 말이지만 훌륭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극복할 수 있다. 물론 훌륭한 디자인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지를 많이 묻고, 때로는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고민하다보면 Taste 는 분명히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식당도 많이 가봐야 맛이나 경험에 대한 감각이 생기듯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젠 사이트 이후에도 모금 캠페인에 필요한 별도 사이트나, 오드리씨, 라이비오의 웹사이트 그리고 앱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해야 할 때는 아예 기준이 될 우수 사이트나 서비스를 여러 개 정해두고, 구성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많이 참고하면서 진행하려고 했고, 이런 방식이 야매? 디자이너로써는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고통, 손이 안 따라간다


이렇게 해서 나름대로 디자인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되면 될수록 따라오는 두 번째 고통이 있다. 필요한 것들은 다 해 낼 수 있을 줄 알았던 내 손이 이제는 내 기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기준은 저만치에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서 만들어도 미묘한 차이들로 인해 그 완성도가 나오지 않는다. 눈과 손의 차이다. 그러면 내가 봐도 불만족스러운 생산품을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된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디자인 실력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없이는 변화가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나 또한 여전히 고통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에는 유튜브를 하다보니 프리미어를 다뤄야 하는 일이 많은데, 위젠 때도 프리미어는 다루었지만 그 때는 내 눈이 똥눈이어서 부족한 결과물을 내놔도 부족한지 잘 모르다가 이제는 영상을 한 편 한 편 내놓을 때마다 더 잘 하고 싶은데 그만큼 안 나와서 고통을 겪고 있다 ㅋㅋㅋ....


하지만 Done is better than perfect 라 했기에, 어떤 결과물이 되었든 너무 느리게 나오는 것 보다는 빨리 빨리 나오고 나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완성하다


여하간 그 때는 디자인을 보는 눈도 기술도 더 없던 때여서, 정말 매일 사무실에서 밤을 새가며 작업을 했다. 기존의 서비스를 돌리면서 신규 사이트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수서 오피스텔에서 새벽까지 앞으로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현실화 해나가던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사진 3.JPG
사진 1.JPG
나의 흑역사와 함께 한 야근의 추억.....


당시 웹 기획이나 디자인에 관한 부분 외에도 개발자(팀)와의 협업에 대해 실수도 많이 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관련해서는 이후에 또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다루기로 하겠다.



여하간 이렇게 새로운 대표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던 위제너레이션..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금전적인 문제와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되는데..!

다가오는 이야기에서는 스타트업의 돈 문제! 그리고 롤러코스터같은 위젠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추신: 아래는 재미로 보는 초창기 디자인 상태와 최근의 디자인 상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발전에 점수를!)


Before:

before_ppt2.PNG 내용 Before


After:

liveo_표지.PNG
after_ppt.PNG




[스타트업 다이어리 지난 이야기]

EP 01. 여정의 시작 https://brunch.co.kr/@seoyoungcla/18

EP 02. 아무것도 몰라요 https://brunch.co.kr/@seoyoungcla/23

EP 03. 런칭, 그리고 문제에 직면하다 https://brunch.co.kr/@seoyoungcla/26

EP 04. 내가 기획한 첫 번째 캠페인 https://brunch.co.kr/@seoyoungcla/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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