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서적·영화는 《 》, 논문·언론·그림은 < >, 법·조례는 「 」, 굿·노래는 ‘ ’로 표기하였습니다.
신화로 살펴보는 제주 문명사
1부 거대 여신과 활화산의 원시인들
제1장 여신의 방귀와 화산 폭발
까맣거나 푸르거나, 자연의 빛깔
제주 자생종 말은 유난히 몸집이 작아 귤나무 밑을 지날 수 있을 정도여서 과하마果下馬라 불렸다. <제주마 혈통정립 및 보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 곳곳에서 선사시대 유물과 함께 출토된 말뼈를 근거로 제주 자생종 말 사육이 기원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조랑말로 불리는 대표 품종은 고려시대에 제주가 몽골의 직할령이 된 후 유입되어 본격적으로 사육되었다. 유목민족인 몽골족은 말의 수호신 별자리를 “방성房星”이라 하였는데 《신 증 동국여지승람》에는 몽골이 제주를 방성이라 부르며 말의 수호신이 임하는 신성한 곳으로 여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별방조점 흑우 사육 전경
제주 흑돼지와 흑우黑牛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 위기 동물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흑돼지는 순수 혈통이 아니라 교잡을 통하여 상품성을 제고한 개량종이다. 순수 혈통의 제주 흑돼지는 300여 마리에 불과하다. 흑돼지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있으며 후기 원삼국시대에 고구려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흑우는 기원전부터 제주에 서식하던 토종 한우로서 진상품이자 제향품으로 귀히 여기던 국우國牛였으나 일제강점기에 한우에서 제외된 뒤 멸종위기에 놓였다. 예로부터 제주에는 흑우가 흔하고 얼룩소와 황소는 부족하였다. 《탐라순력도》에 수록된 <별방조점>에는 조선시대 제주 선인들의 흑우 사육 전경이 기록되어 있다. 제주 신화에 등장하는 검은 암소는 풍요와 신성성을 상징하는데, 흑우는 귀한 제향품이었으며 암컷은 모성母性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 농장
고도에 따라 온대·난대·한대의 기후가 나타나는 제주에서는 감귤, 땅콩 같은 환금작물 외에도 감자, 고구마, 깨, 당근, 마늘, 보리, 양배추, 양파, 유채, 콩 등을 주요 작물로 재배한다. 유명 특산품인 감귤이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고려 문종 6년에 “탐라에서 세공하는 귤”이라는 기록이 존재하는 것을 보아 정기적으로 공납한 고려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제주 감귤은 껍질까지도 약재로 널리 쓰인다. 김대중 정부에 이르러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감귤 보내기 운동이 진행되며 남북한 관계 개선에 활용되어 “비타민C 외교 상품”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해저 풍경
제주 앞바다는 다양한 어패류 산란지로서 생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해저 용암동굴이 수려한 수중 경관을 선보인다. 국내 해양생태 총서 《제주바다》에 따르면 제주 해양에 서식하고 있는 해양생물은 1,568종이다. 제주 연안은 비교적 단조로운 해안선으로 형성되어 해수의 순환이 양호하여 청정한 편이다. 투명한 바닷물은 빛 투과율을 높여 해조류가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감태와 돌김, ᄆᆞᆷ, 미역, 우뭇가사리, 톳 등은 고대로부터 식용, 약용, 비료, 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에는 공업용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제주 바다에는 쿠로시오Kuroshio 난류의 영향으로 다양한 종의 산호가 군락을 이루며 아열대성 어종들이 출현한다. 제주 해역에서 오랫동안 어획되어 온 어종들은 가오리, 갈치, 고등어, 놀래기, 다금바리, 돌돔, 방어, 뱅어돔, 볼락, 상어, 옥돔, 우럭, 자리돔, 조기 등이다. 유명한 패류에는 고둥, 대합, 보말, 소라, 오분자기, 전복 등이 있다. 오분자기는 종종 전복과 혼동되지만 원시적 형태의 고동류로서 까다로운 환경 조건에서 서식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난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제주도와 독도 연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참고문헌
임월애 외 8인, <제주바다>, 국립수산과학원, 2012.
<한국의 해양문화 5: 제주해역>, 해양수산부, 2002.
<제주 흑돼지>, 《보유 가축》, 제주특별자치도축산진흥원(jeju.go.kr).
《高麗史 世家》 卷七.
<別防操點>, 《耽羅巡歷圖》.
<濟州牧, 土産>, 《新增東國輿地勝覽》 卷三十八.
<濟州馬의 血統定立 및 保存에 關한 硏究>, 제주대학교 농과대학 부설 축산문제연구소, 1985.
사진 출처 | pixabay.com; unplash.com;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