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행복>님의 글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많구나 하며 놀라곤 한다. 도서관 자료실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무궁무진한 새로운 세상들을 빨리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재미있다 보니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서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다시 읽지 않다 보니 책을 소장하지 않고 주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곤 했다. 일주일에 1~2권을 책을 읽다 보니 읽고 싶은 모든 책을 구입하면 집에 보관하는 것이 여의치 않기도 했다. 도서관 책으로 읽어도 너무 좋았던 책은 구입해서 소장하긴 했지만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다시 손이 가질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읽기를 거의 하지 않다가 우연히 독서모임으로 함께 읽는 책이 이미 읽었던 책이 선정되면서 강제 다시 읽기를 하게 되었다.
이미 읽은 책이라 다 아는 내용인데 다시 읽어야 하나? 필사했던 내용만 다시 읽을까? 책을 읽은 후 블로그에 정리해서 기록한 내용만 다시 읽을까? 고민하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다시 읽는 책은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보다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 내용을 알고 있고 읽었던 책을 읽는 것인데 굉장히 새로웠다. 책을 읽는 속도 역시 처음 읽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느리게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특히 연금술사와 코스모스는 처음 읽을 때도 좋았지만 다시 읽었을 때 더 마음에 와닿았고 더 좋았다.
연금술사는 나에게 꿈꾸는 삶을 도전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에 대한 갈망을 처음 읽을 때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파울로 코엘료가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다시 읽을 때 더 마음속에 콕 박히게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연금술사는 재독뿐만 아니라 여러 번 n회독하면서 더 도전하는 삶에 대한 용기를 내게 만들어주었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용기가 필요할 때 도전하고 싶을 때 늘 곁에 두고 꺼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코스모스를 처음 읽을 때는 두꺼운 벽돌책을 완독 한다는 도전 의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천문학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인데 천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없던 지라 처음 읽을 때 읽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고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장은 넘어가지 않는데 그 내용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우주는 결국 나의 근원이라서 그런 걸까? 처음 읽을 때는 사실 어려운 부분은 스킵하면 읽은 부분들도 있었다. 눈으로는 읽고 있으나 내용은 이해가 안 되고 어쨌든 읽었으니 읽은 것이라 생각하면서 넘긴 부분들이 꽤 있었다.
다시 읽을 때는 마치 시험기간 교과서를 여러 번 읽을 때처럼 그 내용이 조금씩 이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내용이 이해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천문학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우주 속의 나라는 존재, 지구의 소중함, 생에 만나는 모든 인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만들어 준 책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 저자인 칼 세이건의 다른 책 ‘창백한 푸른 점’도 읽었다.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을 다루는 책이지만 더 얇고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코스모스를 읽고 싶은데 마음의 준비가 덜 됐을 경우 창백한 푸른 점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코스모스는 독서모임 덕분에 두 번을 읽고, 책장에 꽂혀있다. 사실 세 번, 네 번도 읽고 싶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다. 언젠가 또 강제 읽기로 읽게 될 날이 올까 싶지만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독서모임을 통해 다시 읽기의 매력을 경험하고는 읽었을 때 정말 좋았던 책들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읽을 때는 처음 읽을 때보다 책을 더 깊게 읽게 되고, 더 많이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처음 읽을 때 놓쳤던 부분들도 눈에 들어와 생각할 거리들이 더 다양하고 많아진다. 천천히 느리게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책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