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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Dec 10. 2023

나와 엄마, 오마카세 - 다이와스시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 04.

다이와스시 앞 대기줄.

- 차 례-

01.새벽 여섯 시의 오마카세, '다이와스시'

02.나는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03.추가 여행 정보

 


 

01.새벽 여섯 시의 오마카세, '다이와스시'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우리 귀에 익숙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꽤 오래전 일본어를 공부하며 ‘오마카세’라는 단어를 접했는데, 당시만 해도 ‘다코야키’, ‘라멘’처럼 익숙한 단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일본어를 외우는 기분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주방장이 그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하나씩 만들어서 내놓는 코스 요리, 오마카세를 찾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주변 사람에게 말해도 ‘아, 그거’ 하는 반응이 돌아오는 정도가 되었다. 초밥 오마카세에서 변형된 한우 오마카세나 더 나아가 식당 이모님이 이래저래 알아서 차려주는 이모카세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오마카세만이 지닌 신선함과 가게엄선한 초밥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특별해지는 오마카세를 찾는다.


오마카세 전문점은 고급스러운 맛과 분위기 덕분에 특별한 날에 유독 붐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눈에 들어오고 소중한 사람과 온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연말에 사람들은 오마카세 전문점을 찾 하는데, 검증된 인기 가게를 방문하려고 한, 두 달 전부터 예약해 두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에게 특별한 코스 요리로 자리 잡은 ‘오마카세’. 보통 점심시간에 문을 열어 런치와 디너 타임 먹음직스러운 초밥을 제공하는 가게가 많은데 과연 한국도 아닌 이국땅인 일본 도쿄에서 새벽 여섯 시에 초밥을 먹으러 가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바로 나다.


도쿄 도요스에 위치한 오마카세 전문점 '다이와스시'와의 만남은 조금 엉뚱하게도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어릴 적부터 바다가 있는 부산에 살아서인지 바다를 진심으로 사랑해 왔다. 바다는 여러 가지 얼굴을 지녔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윤슬을 뽐내며 보석처럼 빛나다가도 언젠가는 어두컴컴하고 몹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잔잔한 파도가 발끝으로 밀려올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성이 잔뜩 나서 몰려오기도 했다. 이렇듯 사람 얼굴이 제각각 다르듯 바다마다 조금씩 모습이 달랐지만, 확실한 건 ‘어머니의 마음은 바다와 같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는 무한히 펼쳐지기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바다의 무한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가 내 알량하고 좁은 마음도 다 품어주는 듯했다. 영원한 게 없는 세상인 줄 알았지만 바다는 영원히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여행할 때도 주위에 바다가 있으면 왠지 마음 한쪽이 편안해졌다. 당장 얼마 전 국내 여행을 할 때도 경주에서 바다가 있는 남해로 행선지를 바꿨다. 내가 도쿄에서 바다를 찾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도쿄에서 잘 만들어진 인공 해변과 자유의 여신상으로 유명한 오다이바 해변공원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다음으로 생각의 흐름이 오다이바로 갈 때 이용하는 전철인 유리카모메로 이어졌다. 굳이 전철이 떠오른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유리카모메 관련 작업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리카모메 전철은 한없이 푸르다.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라는 이름부터 ‘붉은부리갈매기’를 뜻하고 로고도 푸른색 갈매기다. 푸른색이 곳곳에 보이는 유리카모메 전철을 타면 창문 너머로 푸른 도쿄만이 펼쳐진다. 밤에 도쿄만과 어우러지는 야경도 일품이다.


그리고 유리카모메를 타면 오다이바뿐만 아니라 도쿄 최대의 수산시장인 도요스 시장에 갈 수 있으며, 도요스 시장 안에는 새벽 6시 전부터 줄을 서는 초밥 가게 ‘다이와스시’가 있다. 다이와스시는 무시무시한 먹방 실력을 자랑하는 전 운동선수 현주엽이 찾아가서 먹은 가게이기도 하다. 정리해 보면 생각의 흐름이 도쿄 바다 – 오다이바 – 유리카모메 – 도요스 시장 – 다이와스시로 이어졌는데, 꽤 여러 장소가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떠올랐음에도 몇 초 만에 다이와스시에 가야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로 이곳에 확고한 이끌림을 느꼈다. SNS나 유튜브에서 도요스 시장 리뷰를 많이 본지라 가고 싶기도 했다.


새벽 여섯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만 영업하는 다이와스시. 현재 예약은 받지 않는다는 공지 사항을 읽고 새벽 여섯 시 전에 다이와스시에 도착하는 ‘초밥집 오픈런’을 하기로 결심했다. 숙소가 위치한 아사쿠사에서 가려면 적어도 새벽 네 시 오십 분에 숙소를 나서야 했다. 거기에 씻고, 옷 입고, 화장하려면 새벽 네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 상황. 전날 저녁 일본 친구와 스키야키에 맥주를 즐기고 오후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혹시나 못 일어날까 봐 긴장해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데 웃기기도, 어이없기도 했던 것이, 어제부터 이어진 일련의 여행 과정에 피곤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지난 여행 때는 업무량을 잘못 조절해서 호텔 로비에서까지 일을 했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여행에만 내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고 이는 큰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잠을 설치면서도 웃는 나를 보며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좋았다. 여행 만세!

유리카모메 전철로 가는 길.

여름의 도쿄는 무더웠지만 새벽은 여행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날 입은 반소매 밑 맨살에 따뜻한 바람이 와닿았다. 적당히 따뜻한 날씨에 감사하며 전철 아사쿠사선, 히비야선, 유라쿠초선, 유리카모메선으로 종횡무진 갈아타면서 다이와스시로 향했다. 이 시간에 누가 밖에 나오겠나 싶었는데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이른 시각임에도 도쿄 전철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꽤 채워져 있었다. 사실 프리랜서다 보니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로 홀로 일할 때가 많았다. 그때도 ‘이 시간에 직장인들은 자겠지’라고 멋대로 생각했는데 막상 밖에 나와보니 새벽부터 양복을 멀끔하게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많았고 대단하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유리카모메 시조마에역.

검은색 점프슈트를 입은 나는 반팔 양복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 사이에 섞여 계단을 타고 이동한 후 유리카모메 전철에 탑승했다. 그리고 다이와스시로 가기 위해 내린 역은 ‘시조마에’. 역 이름부터 시조마에(市場前), ‘시장 앞’이다. 직관적인 이름을 보자 도요스의 수산시장이 확실하게 각인되며 이곳에 있는 맛집을 향한 기대가 더 커졌다. 스마트폰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사십오 분이었다. 혹여나 늦을까 봐 부랴부랴 뛰어갔다.


원래 도쿄에서는 도요스 시장 이전에 츠키지 시장이라는 곳이 도쿄의 부엌이라 불리며 대표적인 수산시장으로 우뚝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영원한 번영은 없나 보다. 수산시장을 사람들에게 더 알리려는 도쿄도청의 주도로 대부분의 도매 가게가 도요스로 터전을 옮겼고, 이때 다이와스시도 츠키지에서 도요스 시장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전날 일본 친구에게 새벽 6시에 초밥 오픈런을 하러 간다고 했더니 도요스 시장이 아닌 “츠키지 시장?”이라며 나에게 되물었다. 아직 일본인의 뇌리에 츠키지 시장이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예전에 츠키지 시장에 갔을 때는 가려고 했던 곳이 문을 닫아서 즐기지 못했으니 이번 도요스 시장이 나의 '찐' 첫 도쿄 수산시장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와스시.

가게 앞에서 줄 선 열 명 정도가 들어간 후 나도 디귿으로 된 카운터석의 가장 안쪽에 앉았다.


언젠가 회를 앞에 두고 ‘생명에 감사한다(命に感謝する)’고 기도하는 일본인 아저씨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나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다. 원래 육고기, 생선, 곡식 등은 생명임에도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포획하고 가공한다. 이러한 생명을 희생하여 양식으로 삼는 우리지만 생명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생명에 감사한다'다.


다이와스시에서 나온 초밥 행렬은 내게 다시 한번 생명에 감사하게 만들었고, 아주 신선했기에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충만함을 선사하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으레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는 법. 사실 일본에서 초밥을 즐긴 기억을 떠올리면 언제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일본에서 초밥으로 부모님 만족시키기 성공률은 꽤 높다. 오마카세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오사카에서 먹은 고추냉이가 알싸할 정도로 들어간 문어 초밥, 후쿠오카의 북적북적한 초밥집에서 추천 메뉴와 맥주를 먹고 만족하던 엄마의 모습이 이번에 다이와스시를 오면서도 떠올랐다.


이십 대 때만 해도 엄마와 가까운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떠났지만,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나. 배낭여행이라서 많이 걷던 나를 따라오기가 유난히 버거워 보이던 엄마를 본 이후부터 같이 여행하자고 말하는 게 조금 미안해졌다. 물론 시간이 흘러 그때 걸은 골목길이 예뻤다고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말이다.




02.나는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다이와스시의 달콤한 계란 초밥.

나는 엄마에게 바다에 비유하자면 성난 너울성 파도 같은 존재일까. 원래 뭐든지 엄마 탓이 가장 쉽다. 평소에 단골 미용실의 디자이너 언니와 친해지고 싶어도 바쁠까 봐 눈치 보고 우물쭈물하는 나지만, 엄마 앞에서는 때때로 몹쓸 말을 내뱉는 악마가 된다. 아니, 무뚝뚝하고, 성이 나 있고, 신경에 거슬리면 곧잘 악마로 돌변하는 모습이 살가운 모습보다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에게 심한 말을 면전에서 쏟아낼 때가 가장 솔직하게 엄마와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엄마 ‘탓’한다고 치부하기에는 엄마 때문이라는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엄마의 불룩한 배에서 나왔고 같이 살면서 생각하는 것, 옳고 그른 것, 입 안에 넣는 음식 하나조차 엄마의 영향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애가 뭘 알겠는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아이일 때 사리 판단의 기준은 엄마가 되었을 테니 어떠한 결괏값이 나왔다면 결과가 나온 이유에 엄마는 상당 부분을 차지할 테다. 그러니 나의 엄마 탓이 서운해도 일정 부분 어쩔 수 없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니 애 낳아서 키워봐라! 그런 말이 나오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건 그때가 되면 생각할 일이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라는 말을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엄마는 어린 시절, 비록 부산 끝자락의 촌 동네에서 태어났지만 그곳에 있는 학교에서 매번 높은 성적을 거머쥐었다. 공부하다가 꾸벅꾸벅 졸면 할아버지가 커다란 매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어깨를 내리치셨다고 한다. 밤에 잠이 올 때는 뾰족한 물건으로 손을 찌르며 공부했다고 한다. ‘뱀의 머리’라고 표현했지만 높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몇십 년 전 그 시절에 지금도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많은 사람이 선망하던 수학 교사까지 된 엄마의 머리는 실제로 훨씬 컸다.


사회에서 멋대로 끼워서 맞춘 K-장녀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인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해서인지, 부모님이 시켜서인지, 시대의 흐름에 으레 따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는 삼십 대가 되기 전 대학교 졸업, 결혼, 출산을 ‘완료’했다.


그 옛날, 사회가 준 미션을 달성하던 엄마는 푸르다 못해 차갑고 시퍼런 사회라는 바닷속을 살아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감히 추측하건대,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이와스시에서 생선이 주는 고소함에 푹 빠져 추가로 주문한 윤기 나는 아카미(赤身, 참치 붉은 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고, 인정받을 수 있고, 자신감이 넘치고, 원하는 대로 가질 수 있는 삶을 쟁취했으니 자신감이 넘쳤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머리에 흰머리가 대부분인 지금도 엄마의 말투에는 좋게 말하면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무시가 짙게 배어 있다. '기껏해야 ~했겠지', '엄마라면 ~했을 텐데 (네가 모자라서 그런 거야)'. 이 두 문장이 게임의 캐릭터 기본 대화 설정처럼 장착되어 있다. '(네가 하는 일이) 거지 같다'라는 말은 그래도 퇴직하고 많이 유해지셔서 쓰지 않으시더라. 지금도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가끔 하시는 “엄마가 그것도 모르겠니?”라는 말에서는 부모님으로서 나를 지켜주기 위한 듬직함이 아닌 자신은 아직 잘났다는 고집만이 느껴질 뿐이다.

다이와스시의 신선한 새우 초밥.

엄마와 나는 좋아하는 생새우 초밥을 먹을 때처럼 얘기의 장단이 잘 맞을 때도 있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안 맞을 때도 많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기본 설정된 무시의 말을 듣고 자라니 차라리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론에 도달했다. 엄마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나의 사용법을 너무 모른다. F(성격 유형 검사 MBTI에서 감정형을 나타내는 지표)라서 경청과 공감만 해주면 침착해지는 나인데 어린 시절부터 피가 날 정도로 매로만 다스리시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치 쇼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교관처럼 엄마는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칭찬하지 않고, 단 한 번도 미안해하지 않고, 단 한 번도 울지 않는 사람으로 채워졌다. 아, 교관보다 불을 뿜는 용처럼 울분은 더 많이 토해내셨다. 

젊은 시절부터 사회적 기준을 맞춰오며 굳혀온 가치관은 콘크리트처럼 어찌나 두껍고 단단한지 ‘요즘 사람들은 편한 줄 알아라’, 내가 또는 누군가가 이성이나 상사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해도 ‘내가 젊을 때도 겪은 일이니 여자가 참아야 한다’, ‘여자가 제대로 몸조심하지 않아서 그렇다’, ‘여자가 이혼 전력이 있잖아. 그러니까 여자가 잘못한 거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자신이 겪으신 인생과 다르면 틀리고, 비정상이다. 물론 말로 표현하신 게 모든 뜻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같은 여자로서 이런 말을 들은 나는 얼굴이 벌게져서 엄마와 날 선 말로 싸우고, 결국 사이가 더욱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뿐인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했으니 나의 말투와 사상에도 타인을 무시하는 논조가 서려 있었다는 것을 삼십 대가 되어 혼자 살고 자신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옛날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생각을 자주 하고 무시하는 말을 내뱉던 나를 끌고 와서 뺨이라도 몇백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 전 다른 책을 읽다가 결혼하면 엄마와 친해질 수밖에 없다는 문장도 보았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끈끈한 공감대가 생기니 당연할 테다.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결혼하지 않았다고 사이가 나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초밥을 먹다가 갑자기 고개가 푹 내려갔다. 눈물이 고였다. 사실 지금까지 마음껏 불평했지만 나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수많은 사람 중 엑스트라 1일뿐인 나에게 최선의 사랑을 주었다. 너무 많이 혼났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받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불만을 토해낼 수 있는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일단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엄마만큼 거뜬하게 자식을 키워내는 엄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준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힘쓰겠지만, 그 외에도 아직 많은 부분에서 나는 서툴고 인격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사람이다.


집 냉장고에는 엄마가 넘치지 않도록 랩까지 씌워준 반찬이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고 집 다락방 서늘한 곳에는 엄마가 직접 기른 굵직한 고구마가 잔뜩 있다. 비록 서툴지만 나를 위한 엄마의 사랑이 혼자 사는 나의 집에도 자리 잡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무의 차이는 없다. 단 그것과 상관없이, 엄마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있다. 그렇기에 엄마를 원망할 때면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다이와스시 우니 초밥.

다이와스시는 새우, 참치 주토로 초밥을 거쳐 오마카세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우니 초밥을 내놓았다. 군함 말이로 만들어 우니 부분이 위쪽으로 봉긋하게 올라와 있는데, 입 안에 넣으면 국수를 호로록 먹듯이 입안에 호로록 들어와 금세 사라질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노르스름한 색에서 영롱함이 느껴지는 우니의 맛을 추측하고 있자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엄마라는 미지의 세계도 더 파고들고 싶어졌다. 엄마는 인생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엄마는 나를 가진 후에 행복했을까? 무뚝뚝한 아빠가 살뜰히 챙겨주지는 못했을 터이니 엄마는 나를 가졌을 때 꽤 힘들었을 테다. 시간이 지나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더욱 시간이 흘러 고집 세고 이기적인 자식을 보면서도 엄마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지녔음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했을까? 아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번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의 마음을 추측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같이 살던 집에서 떠난 후에 어느 하나 바뀐 것 없는 회색빛 바깥 풍경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후회와 고민을 거쳐 엄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졌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던 내가 이렇게 말하게 된다.

“엄마, 오래 사세요. 행복한 무언가, 빛나는 무언가, 아름다운 무언가를 많이 보고 오래 사세요.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사랑해요.”

세상에 엄마와 딸만큼 애증에 찬 관계가 있을까 싶다.




다이와스시에서 후반에 먹은 달콤한 계란말이는 카스텔라 같았다. 주로 계란에 소금만 넣어서 먹던 내가 일본식 계란말이를 먹었을 때 느낀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앙증맞은 크기의 초밥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구나 싶었다. 신선한 맛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친절하던 살가운 요리사 덕분에 새벽 6시에 먹는 초밥도 잘 소화되었다.


올해가 끝나기 단 하루 전인 12월 31일, 엄마와도 초밥 오마카세를 먹기로 했다. 새벽 6시의 다이와스시는 가기 쉽지 않으니 일단 부산의 오마카세 전문점에 가자고 했다. 오마카세가 무슨 뜻인지 설명하니 엄마가 마음에 들었는지 반색했다.


다이와스시에서는 소스를 살짝 바른 장어 초밥을 먹었는데 나는 소스 맛이 듬뿍 배어든 장어 초밥을 좋아하는 터라 조금은 아쉬웠다. 부산의 오마카세 전문점에서는 어떤 장어 초밥이 나올까? 엄마는 어떤 장어 초밥을 좋아할까? 나와 취향이 같을까?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꼭 물어봐야겠다.



03.추가 여행 정보

(블로그에 발행한 자료를 정리해 넣을 계획이며, 필요시 도쿄에 다시 방문 후 필요한 부분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다이와스시 가는 법, 오픈런/가격

https://blog.naver.com/inpikaaa/223256890791

도요스역.
아카미.
참치 주토로.
참치 도로.
호소마키.
장어.


블로그도 있어요: https://blog.naver.com/inpikaaa

인스타그램도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translator_yeon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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