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1.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진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선, 진심을 먼저 지켜야 한다

by Eunhye Grace Lee

저는 늘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살피는 사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실망시키지 않으며, 늘 곁에서 조용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마 사회복지사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그런 제 바람과 닿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웃으려 했습니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했고, 억울해도 참았으며,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우선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제 안의 진심은 점점 희미해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은 점점 두꺼워졌습니다. 다정한 말을 건네면서도 마음속에는 냉기가 차오르곤 했고, 돕는 일은 저를 지치게 만들었으며,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저는 오히려 외로워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지쳐 있을까.”


그때 깨달았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이 제 진심을 억압하고, 고통을 침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나는 괜찮아”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져, 정작 제가 괜찮지 않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였던 것입니다.


사회학자 호크실드는 감정노동을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율하고 연기하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연기의 무게를 오래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철학자 푸코의 말처럼,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감시하는 ‘내면화된 통제’에 스스로 묶여 있었던 것이지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저는 제 감정을 외면하며 점점 고립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좋은 사람이란, 자기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 비로소 더 깊은 연결이 만들어진다는 것을요. 어느 날부터 저는 조금씩 다르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많이 지칩니다.”
“이 이야기가 저에게도 무겁게 다가오네요.”


그 말들을 꺼내며 좋은 사람에서 멀어질까 두려웠지만, 오히려 더 진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저는 더 솔직히 타인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은 늘 감정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일입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듣고,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감당하며, 해답 없는 질문 속에서도 곁에 서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사람’보다 ‘진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감정을 지키면서 타인의 감정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오래도록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에 저를 가두지 않습니다. 대신 제게, 그리고 당신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오늘 나는 진심으로 타인과 만났는가?”
“나는 나의 감정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 앞에 떳떳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일 것입니다.

당신이 ‘좋은 척’이 아니라, ‘진실한 당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 진심이야말로 당신을 오래 지켜줄 힘이 될 테니까요.

keyword
이전 01화4장.감정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