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2.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시선이다

그 사람을 보는 눈이 다르면, 일의 방향도 달라진다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 역시 수많은 기술들을 배웠습니다. 상담 기법, 면접의 구조, 케이스 매니지먼트의 흐름, 위기 개입의 절차까지… 모두 꼭 필요한 것들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그리고 그 모든 기술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것은 바로 ‘어떻게 보는가’였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계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문제로 볼 것인가, 존재로 볼 것인가. 사례로 기록할 것인가, 고유한 서사를 가진 한 사람으로 만날 것인가. 기술은 그다음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한 여성의 사례를 기억합니다. 보고서 속에서는 ‘불안정한 양육자’로 분류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제가 그녀를 직접 만났을 때, 제 눈에 들어온 건 문서가 아닌 그녀의 눈빛이었습니다. 피로와 분노,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담겨 있던 눈빛.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그녀는 ‘도움받기 싫은 사람’이 아니라, 오래도록 ‘오해받아 온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녀와의 관계는 단 한 가지 시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틀린 사람이 아니라, 아직 설명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 시선 하나가 기술을 다르게 쓰이게 했고, 관계의 흐름을 바꾸었으며, 마침내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사람을 향한 올바른 시선만이 그 도구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조급하거나 판단하거나, 연민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은 저를 다시 겸손하게 하고, 관계 앞에서 조심스러워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조심스러움 속에서만 진심이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술은 곧 익숙해지지만, 시선은 매일 새롭게 다듬어야 합니다. 사람은 늘 다르고, 관계는 고정되지 않으며, 정답은 유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시선이 열려 있을 때, 기술은 가장 따뜻하게 작동하고, 가장 인간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부디 당신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사회복지의 본질은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이라는 것을요.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 위한 작은 노력, 그 한 걸음이 이 일을 오래, 그리고 깊이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사람과 마주하는 당신에게, 조용히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keyword
이전 08화5-1. 도움은 시혜가 아니라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