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며, 무너지지 않게! 워킹런지
"이제 졸업하셔도 됩니다."
5일 간 다녔던 한의원의 한의사의 말이다. 치료를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는 희소식을 '졸업'으로 표현한 것이다. 얼른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 말이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달리기에 돌입했다. 평소처럼 뛰었고 7~8km/h의 속도로 달렸다. 그런데...
'어? 왜 또 아프지...?'
완전한 회복이 아니었던 걸까? 치료를 받은 다음엔 당연히 천천히 뛰어야 하는 건데 그걸 간과하고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 결국 나는 한번 더 재치료를 받았고 한의사도 의아해했다. 이쯤 되면 다 나을 법 한데 다 낫지 않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 치료받을 필요는 없이 일단은 일주일 간 걷기부터 조금씩 시작하고 사이클, 런지, 스쿼트를 많이 하라고 내게 신신당부했다.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건강해지려고 하는데 병원비가 더 드는 것도 왠지 좀 억울했다. 어떻게든 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그렇게도 열심히 뛰어서 겨우겨우 원래대로 체중을 되돌려놨는데 다친 곳이 아직도 낫지 않으니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운동을 쉬엄쉬엄 해야 한다는 게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체중감량에 있어서 제일 효과가 좋은 유산소가 달리기인데 그걸 당분간 못한다는 게 서글펐다. 또다시 도로 살이 찔까 봐 걱정됐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자취를 한다는 것. 평소에는 혼자 있는 날이 많아 식단에는 걱정이 없었다. 거의 나물과 닭가슴살만 먹고,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은 최소화했다. 2주 동안 같은 반찬이어도 지겹지 않았다.
다행히 입 터짐이 아직은 오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주는 오랜만에 엄마가 오셨고, 가족들이 모여 부침개에, 돼지고기에, 초밥에... 원하지도 않은 치팅데이를 하고야 말았다. 어떻게든 조금 먹으려고 발악했지만 운동을 쉬니 아무래도 살이 좀 찔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겨우 1kg밖에 찌지 않았지만 이 1kg가 2kg가 되고 5kg가 된다는 걸 수도 없이 느껴봤기에 조금이라도 체중이 올라가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콜센터 업무를 병행하고, 조금씩 들어오는 일을 처리하느라 운동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줄었다. 그동안의 내 운동 시간이 90분이었다면 지난주는 1시간 밖에 하지 못했다. 일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기에 체중감량만이 나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부상으로 더뎌지는 바람에 그 낙마저 사라져 좌절감이 가득했다.
"런지를 많이 하셔야 해요."
그렇게 좌절하던 그날, 한의사의 말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동작. 그리고 PT 받았을 때 가장 힘들어했었던 그 운동을 다시 해야 하는 날이 왔다. 사이클만큼이나 싫어했기에 스쿼트로 대체하거나 파워 레그 프레스로 대충 때우고 넘어갔는데 이젠 넘어갈 수가 없다. 내 약한 엉덩이 근육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워킹런지에 재도전했다.
PT 받은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아 익숙지는 않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헬스장에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빈 공간을 이용해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바벨 대신 옆에 있는 봉을 들고 마치 벌을 서듯 걸어가면서 런지 동작을 반복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할 만 한데?'
아직 자세를 완전히 바르게 하려면 수많은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첫 시도 치고는 나름 선방이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자극이 오는 걸 보니 운동이 된 듯하다. 그리고 골반에 있던 통증도 좀 나은 거 같단 기분도 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쉬고 나아 보자!'
저번 주말은 생리를 핑계로 오늘까지 운동 3일을 쉬었다. 내일부터는 조금씩 걷거나 사이클을 하고, 워킹런지 120회를 필수로 하고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단기간에 살 빼느라 고생한 내 몸을 위해서라도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야겠다. 내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는 고마운 친구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