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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의 구실 Feb 25. 2024

운동이 [조울증]에 미치는 영향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발목, 그리고 트레드밀

이별후유증으로 인한 조울증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군대를 간다는 이유로 두 달만 만나고 헤어진, 휴가 때 다시 내게 연락해 놓곤 말년 병장 때 군화를 거꾸로 신어버린 그 녀석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누군가와 헤어지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고, 내 곁에 누군가가 생기면 그때는 내 모든 정신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너무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한 듯, 매 순간 나는 I was a car(난 차였음)가 되었고 그럴 때마다 얻는 건 조울증이라는 정신병뿐이었다.



조울증은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장애’라고도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 백과



부끄럽게도 나는 남자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고독을 삼켜낼 줄 모르는 어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미스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라는 노래를 계속 되뇌어도 그때뿐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이럴 땐 보통 애착유형들을 많이 얘기하곤 한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등이 있다. 그중에서 나는 불안형이었고 '떠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대방에게 맞추곤 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서 나타난 게 조울증이 아닌가 싶다. 


우울증은 오래부터 앓고 있었지만, 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10월부터 조증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뭐든지 잘 될 것만 같은 막연한 기분', '이상하리 만치 자신이 넘치는 근자감' 등의 기분이 종종 나타나며 주변사람들에게 쌓여있던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곤 했다. (특히 가족들에게) 이를 한 단어로 굳이 표현한다면 '폭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엉킨 채 나를 주체하지 못해 생겨나는 현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약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어쩔 수 없이 살이 찌는 부작용, 눈이 흐려지는 부작용을 세트로 갖고 갈 수밖에 없었고, 용량을 줄일 때까지는 몸무게는 늘어날 수도, 그대로일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세 달 정도는 절망과 우울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나를 자신만만하게 하던 근자감도 사라져,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매일을 벌벌 떠는 하루를 지냈다. 조증이 지나가고 나면 우울증이 다시 찾아와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기분 장애 하나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때 문득 운동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필라테스 30회를 끊었고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그렇게 1~2달 동안은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몸무게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1kg이 더 늘어서 절망적이기도 했다.


운태기가 왔던 이전의 나는 하루 40분 유산소, 20분 근력으로 1시간을 채웠지만 이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살이 빠지든 안 빠지든 어떻게든 유지하겠다는 마음으로, 더 찌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시간과 양을 차츰 늘려가기 시작했다. 일부러 플레이리스트도 빠른 음악으로 설정해 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8로 뛰고, 막판 1분이 남을 때는 전력질주 한다는 마음으로 10으로 속도를 설정했다.


40분만 하던 유산소라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지만, 2달이 지난 지금 이제는 1시간에 8km는 뛰는 정도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발목'이었다. 사실 왼발 발톱에 물집도 잡히고, 발목에 무리가 와서 한의원도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그렇대도 맘 편히 쉴 수가 없었다. 파스를 붙여서라도 달렸다. 음식을 먹으면 언제 살찔지 모르니까. 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새 간식도 맘 편히 먹지 못하는 소식좌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4~5kg를 감량한 상태다. 원래대로 회복이 되었음에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약의 양을 차츰 줄이고 나니 살도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체중감량의 효과도 봤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밝아지고 건강해졌다. 운동을 좋아하던 나로 차츰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깨달은 건 바른 자세로 뛰어야 한다는 것.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욕심만 부려 속도를 내었지만, 이젠 나름대로 유튜브도 보면서 바른 자세로 뛰는 방법을 보곤 한다. 그렇게 내 몸을 다스리는 것부터 배워가니 이전에 했던 운동보다 더 알차게 운동한다는 기분도 든다.


내가 봤던 영상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3j0z-h0UTqc&t=405s


무엇보다도 이제 더 이상 남자에 휘둘리지 않기로 다짐하게 되었다. '남미새'였던 나를 벗어던지고, 정말 운동이 좋아서, 운동을 하루라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그 강박은 오로지 나 스스로에 의해 선택한 시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길 잘했다. 이젠 발목이 꺾이지 않게 계속해서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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