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엉덩이와 다리 근육에 긴장감을 줘♪ 균형이 필요한 불가리안 스쿼트
어쩌다 보니 부끄러운 고백만 하게 된다. 프리랜서 작가로 버텨온 지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일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하루하루 불안 속에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더 운동을 하고 기도도 하면서 염려라는 이름의 파도와 싸우고 있다.
한동안은 조울증에 시달려서 컴퓨터 앞에만 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오곤 했다. 일하는 데도 지장이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병원에서는 먹는 약으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다고 했고, 지금은 그 약을 중단한 상태다. '고집부리지 말라'라고 '계속 먹으라'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의사가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약을 중단하고 나니 이유 없는 떨림과 공황감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살이 찌는 부작용의 약은 계속 먹어야 했기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부터 기웃거리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고, 또 잠을 자야 했기에 수면제를 먹느라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렇게 살이 빠지는 것과 점차 멀어지는 하루하루를 이어가게 되었고 체중계를 올라갈 때마다 절망적인 숫자를 마주해야만 했다.
솔직히 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와중에도 더 이상 약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뭐가 됐든 게을러진 건 사실이고, 비록 매일 불안과 걱정, 초조함과 맞서 싸우는 중이지만 여기서 만족할 순 없었다. 그렇게 나는 무너진 삶의 균형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우선 언제까지고 재정적인 문제를 걱정할 순 없어서 3시간짜리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금액을 벌어가지만 집 앞에 있단 이유로 교통비는 아낄 수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된 일이다. 하지만 10년 전에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며칠 만에 잘린 이력이 있다 보니 그게 조금은 트라우마로 남아서 처음 적응하는 데도 쉽지 않았다. 특히 작가 업무와 병행하는 건 더더욱.
이럴 때 일 수록 균형이 필요했다. 좌절감도 결국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기는 감정일 것이고, 내 마음을 다 잡아야만 했다. 불어난 체중을 트레드밀로 줄여보고, 이제는 근력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지방을 걷어냈어도 앞으로의 체력을 버텨낼 근육은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PT때 배웠던 동작을 다시금 기억해 내며 오랜만에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에 도전했다.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 한 다리씩 번갈아 가면서 하는 동작으로, 난이도에 따라 앞다리에 스텝박스 또는 뒷다리에 벤치를 놓고 한쪽 발을 올려 둔근에 자극이 가도록 하는 운동
[출처] 부천 pt 가격, 불가리안 스플릿 스쾃 잘못된 자세 | 작성자 운동노트
PT때 배운 동작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운동이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자극이 가는 그 느낌이 좋았고, 양손에 5kg짜리 덤벨을 들고 런지 하듯 한쪽 다리를 들었다 올렸다 하면 어느새 머리카락에 땀방울이 맺혀있곤 한다. 또, 한쪽 다리를 각각 바꿔가며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균형감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3세트씩 20번을 하고 나면 기울어진 삶의 균형을 바르게 돌린 것 같은 기분마저 들곤 한다.
2년 전에 배웠던 거라 동작은 조금 어설퍼서 혹여 다치진 않을지 걱정도 됐지만 그래도 시도해봄직 했다. 틀렸다 싶으면 유튜브 보고 다시 점검해 보면 되고, 방법이야 많으니까. (우선은 귀찮아서 감으로 해보고 있는 중이다.)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아침을 잠으로 날려 보내느라 저녁운동만 하던 내가 아침운동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오후 시간대이다 보니, 저녁에 운동하고 나면 나머지 일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좋아!
그렇게 나는 무너진 삶의 균형을 조금씩 맞춰가는 중이다.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기분도 점차 잠잠해지고 있고 금방 잘릴 거 같았던 콜센터 아르바이트도 어느새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다행히 일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음에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무엇보다 덕분에 일을 쉬는 동안 미뤄두었던 브런치에 내 흑역사(?)를 발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 외의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소소하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서 어쩌면 지금의 이 불안한 시기가 내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운동도, 일도, 아르바이트도, 그 외의 콘텐츠도 균형 있게, 긴장감 갖고 어떻게든 해나갈 나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