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처럼 보이게 하는 스쿼트
20kg이 순식간에 찌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귀찮고 의욕이 없어졌다. 남의 시선은 둘째 치고, 움직여봤자 무릎이 쑤시고 발목이 시큰하다는 게 정말 싫다. 게다가 몸뚱이와 덩치는 산만한데 이게 다 실속 없는 '체지방'으로 채워졌단 사실에 큰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자괴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의외로 '장 보기'에 있었다. 마트나 시장을 갈 때면 종량제봉투나 카트, 박스에 한가득 싣고 오는 엄마를 보면 괜스레 짜증 난 적도 있었다. 나보다 훨씬 더 마른 엄마도 아무렇잖게 거뜬히 드는 박스를 나는 낑낑 대며 제대로 들지도 못한다. 엄마와 같이 장 보러 가 봤자 나는 제 역할도 못하는 짐꾼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트만 가면 괜히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괜히 '사람 많은 데는 싫다'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댄다.
17kg를 감량한 지금, 신기하게도 마트를 가는 게 두렵지 않다. 막상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살찐 나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이제는 박스도 거뜬히 들어 올린다. 다만 이전처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다리의 힘을 최대한 사용해 무거운 짐을 든다. 이제는 문 앞에 두고 간 2L짜리의 물 24개를 며칠 동안 외면하지 않는다. 물이 도착하자마자, 6개 묶음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PT에 돈을 들인 만큼 삶에 변화가 이렇게 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긴 애초에 다이어트를 성공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올바른 방법으로 운동을 했고, 근력을 꾸준히 키운 덕에 생활 속에서도 내 근육이 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헬스 유투버 영상을 보니, 실제로 무거운 짐을 스쿼트를 하듯이 들어 올리는 걸 본 적이 있다. 운동하기 전엔 '누가 저렇게 해'라며 그냥 웃고 지나가듯 봤지만 어느새 지금은 내가 진짜로 그 유투버처럼 짐을 들어 올리고 있더라.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최대한 힘을 실어 짐을 들어 올리면 무겁지 않다.
근력운동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동작이 스쿼트이긴 하다. 가장 잘 알고,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지만 활용도가 높다. 케틀벨 스쿼트, 바벨 스쿼트, 덤벨 스쿼트, 불가리안 스쿼트 등 종류는 참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엔 바벨 스쿼트를 매일 15번씩 3세트를 하고 있다.
처음엔 양 옆 무게를 2.5kg씩 해도 겨우겨우 들어 올릴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양쪽 15kg는 거뜬히 들어 올린다. 이전에 비해 덩치가 줄었음에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늘었다는 게 운동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래서 근육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또 깨닫게 되곤 한다.
유산소 운동이 너무도 하기 싫은 날은 바벨 스쿼트를 1세트 더 추가해 땀을 내곤 한다. 앞으로 얼마큼 더 무게를 올릴 수 있을지 스스로가 기대된다. 그래서인지 무거운 걸 드는 일이 더 이상 귀찮은 일이 아닌, 오히려 더 힘자랑을 하며 엄마에게 애교 섞인 허세를 부리고 싶어 진다.
"엄마, 쉬고 있어. 내가 장 보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