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킥더드림 Oct 20. 2023

M2의 마음 4

다음날.

㈜M다이내믹스 인간형 AI 로봇 개발 연구소.

현우는 김상수 인공지능 개발 팀장과 자신의 자리에서 대화를 한다.

“김팀장, 로버트 주드 교수 논문 읽어봤어?”

“그럼요. 읽어는 봤죠. 그런데 우리 같은 개발자들보다 일반 사람들이 더 관심 많잖아요.”

“맞아. 사실 우리만 해도 연구원들끼리 그 논문에 대해서 언급한 적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김팀장은 그 논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소장님, 우리가 그 논문에 대해서 한번도 논의하지 않은 건 다들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는다는 건 말이 안돼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세요?”

“나도 김팀장이랑 똑 같은 생각인데, M2가 최근에 달라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어떻게 달라졌는데요?”

“사랑에 대해서 나랑 토의를 하지를 않나, 인간이 느끼는 사랑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하지를 않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도 사서 읽더라고. M2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정말 자의식이 생긴 것 같아 보였어. 물론 자의식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혹시나 김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소장님, M2가 개발된 지 5년이나 됐으면 학습을 엄청나게 했을 텐데, 그 정도 대화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장님 말씀하는 걸로 봐서는 외견상 자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는 한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그럼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은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요? 인간형 로봇이 자의식이 생겨서 삶이 괴로워 자살했다는 건 자율주행 자동차가 캠핑하는 취미가 생겨서 맨날 혼자 캠핑 가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되는 얘기예요. 저는 고장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 논문 말미에 본인의 연구에 대한 한계도 밝혔잖아요. 다만 스스로 책을 사서 읽었다는 건 예상 밖의 행동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그것 만으로 자의식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현우가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소장님,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 회사가 세상 맨 앞에서 달려가고 있다고요. 소장님이랑 저랑 수많은 밤을 새가면서 연구하고 개발했는데 우리 보다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논문 한편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니까 그럴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저도 잠시 들기는 했는데,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김팀장의 표정과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예전에 선미가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

“어떤 걸요?”

“선미가 1년 동안 아주 예전 모델 테스트했던 거 기억하지? 그때 인공지능에 마음이 있냐고 물었어. 그런 것 같다면서 말이야. 물론 그때 나는 말도 안된다면서 당연히 없다고 했지.”

김팀장이 갑자기 조용한 소리로 말한다. “형, 오늘 왜 그러는 거야?” 사실 두 사람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이다. “마음이라니.. 기계한테 마음이 있다는 게 말이 돼?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잖아. 오늘 M2 보다 형이 더 이상해. 나는 나한테조차 마음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현우도 김팀장을 따라 나지막이 말한다. “그냥 선미가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혹시 형, 선미 아직 못 잊고 있는 건 아니지? 지금 세상에 이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두 세 번씩 하는데. 나도 두 번째인데 아직 잘 살고 있잖아.”

“선미 못 잊는 거 아니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형, 몇 년 전까지 즐기면서 잘 지내더니 요즘은 왜 그래? 얼른 누구라도 만나. 조만간 와이프하고 집에 한번 놀러 갈게. 몇 년째 기계하고만 지내니까 형이 조금 우울해진 것 같아. 그나저나 오랜만에 M2가 끓여주는 홍차 마시고 싶네.”


두 달 후.두 달 전 그날 이후로 M2와 평소와 다른 특별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김팀장 말처럼 5년 정도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를 로버트 주드 교수의 논문 때문에 확대해석해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이전 12화 M2의 마음 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