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두려움
낭떠러지에 선 기분.
누군가 달리는 나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기분.
갑자기 날아온 돌에 맞아 넘어진 기분.
깜깜한 공간에 홀로 갇힌 기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혼자 멈춰 선 기분.
암환자가 되어 여러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마주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다른 암환우들이 쓴 글을 읽으며 이것이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님을 알게 되며 위로받는 일이 있었으니 이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쓸 수가 없었다. 암 치료 일정이 불확실하고 치료중인데, 괜한 변수를 만들어 치유의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누군가 툭 던진 말에 기분이 상할까 봐 평소 알고 지내던 관계도 연락을 끊고 지내는 마당에 부러 그런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되려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암환자가 된 뒤엔 뭔가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 당위를 놓아버리자, 자유의지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조심스레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올려본다.
조회수 높지 않은 게 오히려 안심이 된다.
그래서 시작해볼까 한다.
암환자의 머릿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