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동거기
처음 적응장애를 진단받은 건 2018년 그리고, 그 이후로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오가면서 때로는 괜찮다가도 때로는 '속았지?' 라면서 다시 나를 덮지는 무력감에 시계추에 매달려있는 것 처럼 살고 있다. 지겹게도.
나에게 우울증은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의 문제다.
아무 것도 할 힘이 나지 않는 것.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나오기 조차 힘든 것. 씻을 힘조차 없어서 회사 안가는 날이면 몇날 몇일이고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잠만 자는것.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면 일주일이 지나있고는 했다.
어쨌든 그렇게 저에너지 인간인 내가
이번에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오고, 휴가를 다녀온 날 저녁 비행기로 도착해서 이사짐을 싸고 일주일 내내 회사를 다니면서 이사를 하고, 가구를 사고, 가전제품을 사고, 짐 정리도 제대로 못한 채
그 다음주에는 출장을 다녀왔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와중, 힘에 부친다 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게 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간과했다.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굳건하게 연결되어있다. 마음이 지치면 몸이 지치지만, 몸이 지치면 마음도 쉽게 지친다.
목요일날 출장에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씻고 그 다음날 금요일 출근을 했다.
이미 몸은 피곤에 만신창이였는데,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멍하고 내가 나인 것 같지 않는 이인증과 함께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 혹은 모든 것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적인 기분이 들어왔다. 몇년만에 심한 불안과 공황장애였다.
출근한지 2시간도 되지 않아서 짐을 싸서 짐으로 왔다. 대책 없이. 회사 단톡방에는 오후에는 재택근무한다는 문자하나만 남겨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머리 속에 소용돌이가 쳤다. 달 그래도 소용돌이 각기 다른 끈적한 액체의 소용돌이가 내 머릿속을 그리고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느낌. 더러운 느낌.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