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기명 Aug 11. 2023

평생 막내는 없으니까

 “막내이고 싶다.” 광고회사 선배가 한 말이다. 우리 회사에 오고 나서 몇 차례 아이데이션 회의를 겪어본 뒤 나온 말. 그날 퇴근길은 각자 이런저런 고충을 토로하는 사적인 자리였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 팀장님께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는 선배 옆엔 진짜 막내가 있었다. 불안함은 전염성이 있다. 선배의 불안함은 막내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다. 먹구름 아랜 어디서나 그늘지지 않나.


 좋은 선배가 없을 땐 떠나라. 이직을 고민 중인 친구들과 내린 결론이다. 회사는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 배우는 곳이자 생산성을 펼치는 곳이다. 새로운 인풋을 찾아내야 하고 의미 있는 아웃풋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같은 저연차들에겐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풋은 옆에 있는 선배들이다. 질문하고, 지켜보고, 때론 반면교사까지. 그렇지만 반면교사할 게 너무도 많은 선배들이 주위에 있다면 그때가 떠나야 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3년 차. 머리가 좀 컸다. 이직이 잦은 산업이라 그런지 팀에선 2번째 짬을 담당하고 있다. 왜 고인물이 되어가는지 알겠더라. 회사란 곳이 편해진다. 그다음은 안이해진다. 큰 스트레스 없이 적은 생각의 동력으로도 회사 생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팀으로 오신 차장님께선 한때 장난스럽게 선배라 불렀었다. 팀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려도 괜찮을지 등 업에 관한 사소한 질문과 걱정을 서슴없이 물어보셨다. 카피라이팅 실력은 그대론데 회사 생활력만 높아지는 기분. 메타인지가 세게 왔다. 내게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하고 메모하게 되었다. 메모는 점점 길어지더니 어느새 글이 되었다. 그 글을 나 혼자 보는 것보단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문체를 가볍게 해보는 등 에세이에 가까운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는데 이제 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졌다. 카피 훈련. 클래스101이나 코바코에 카피 교육이 올라오면 빠짐없이 듣고 있다. 또 써먹고 있다. 사실 교육으론 내가 필요한 카피 역량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광고 선배들과 치열한 회의를 하고 싶다. 몇 날 며칠 고민해 쓴 카피에 살벌한 피드백이 오더라도 납득이 되는 그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 아직은 다행히, 성장이 고프다. 좋은 카피를 쓰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