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끄적거림 11화

훈육과 아동학대의 차이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슬로건과 함께

by 무기명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쯤인가...

킥보드와 탑블레이드에 빠졌을 때이다.

시장 특유의 들기름, 치킨, 떡볶이 냄새를 맡으며

킥보드를 끌고 엄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기름 가득한 먼지들을 마시며

시장 바닥에 너저분한 상처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킥보드를 씽씽 타며 시장을 달렸다.


기름 냄새를 지나 이젠

생선 비린내가 코를 마비시키고 있다.

오메가3를 억지로 먹고 있었던 난

특유의 비린 맛이 참 싫었다.


그래서 비린내를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앞으로 달리고 또 달려 바람으로 씻어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엄마는?

...


핸드폰도 없던 때라 나에겐 킥보드뿐이었다.

다시 비린내를 맡아야 했으며

기름 냄새를 찾아야만 했다.


양옆에 장사하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점점 좁아진다

아까 달릴 때는 그리 넓어 보였는데

4차선에서 1차선으로 좁아지듯

시야가 줄어들고 흔들린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툭 건들면 팍! 터질 지경이다.

그때 누군가 날 부르더라.


인간의 귀는 참 신기하다.

자신의 이름은 다른 단어들보다 더 잘 들린단다.


혼잡한 길바닥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곳을 바라봤다.

엄마였고, 주위 사람들보다 얼굴이 붉으셨다.

화가 나셨겠지?


주변 상인들에게 내 인상착의를 물어보시며 여기까지 오신 듯하다.

엄마 옆 치킨집 아저씨가 안도감의 미소를 보이신다.

예상한 대로 시작한 손바닥 스매시

엉덩이에 100%로 흡수해야 했다.


"맞을만해."

옆가게 그 아저씨는 엄마에게 더 힘을 실어준다.

얄밉게도...


얼얼한 엉덩이를 뒤로한 채 엄마 뒤꽁무니만 바라보며

킥보드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들 길거리에서 훈육을 목적으로 부모님에게 혼이 난 경험이 있을 테다. 심지어 몇몇 분은 훈육을 돕기도 한다. 얄미웠던 치킨집 아저씨처럼.


하지만, 훈육의 정도를 넘어선 경우도 목격한 경우가 있었나? 실제로 사람들은 훈육의 차원이란 자기판단에 머물러 112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훈육과 아동학대의 차이, 그 기준은 무엇일까.

아이의 두려워하는 표정?

훈육을 넘어선 폭력?

경우에 따라 훈육이겠지라 생각하며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행위는 아동학대를 방조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슬로건_서울강북경찰서

이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공감하고 나면

이 33자의 복잡한 카피의 현수막이 걸린 게 이해된다.


위의 슬로건을 통해 '혹시나' 하고 눌렀던 112란 번호가

아동학대에 갇힌 아이를 풀어준다는 비밀번호, 즉 해결책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간섭과 도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목격자의 입장에서

부담감을 덜어주는 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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