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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Jun 21. 2024

추억의 맛

에세이_모든 게 같을 순 없지만 1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는 묘하게도 내가 졸업 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나의 기억 속 초등학교는 커다란 운동장에 까슬한 흙바닥, 중간중간 심어져 있는 모내기 잔디(꼭 조회시간에 뽑다 혼나는 친구들이 있다.), 교장선생님께서 아침 조회마다 올라서는 높디높은 단상이 있는 학교.

그때는 학년마다 10반까지 꽉 채운, 친구들 가득했던 학교였다.

점심시간에는 커다란 양철통에 들은 국과 밥, 반찬을 조별로 돌아가며 가져와 반에서 배식해 먹었다.

4교시 중간부터 솔솔 퍼지는 점심밥 냄새.

인기 있는 반찬이 나오면 꼭 친한 친구들끼리 더 주어서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

한 번씩 국을 복도에서 와장창 흘린 누구나 꼭 있을 추억.

기다란 복도를 친구들과 오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보따리들.

방학 숙제는 왜 이렇게 하기 싫은지 꼭 미루다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두고 상상을 총동원해 썼던 그 시절 일기장이 남아 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건 하교 후 들리는 분식집.

500원이면 커다란 종이컵 한가득 먹을 수 있었던 컵 떡볶이, 콜라 맛과 오렌지 맛 중 늘 고민이 되는 슬러시, 분식집 바로 옆 문방구에 반짝반짝 빛나는 불량식품들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별사탕, 라면땅, 초코바, 떡볶이 맛 과자, 쫀드기, 소다맛 사탕...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엄마한테 혼나도 조르고 또 졸라 계속 먹고 싶었던 꿀같은 맛.

그때는 컵 떡볶이 하나에 그렇게 행복했었다.

달큼하고 매콤한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은 보장되어 있는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쫀득한 떡과 어묵을 입안 가득 넣고 나름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었었지.

고학년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참새처럼 짹짹하며 시원한 쭈쭈바 하나 먹으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땐 내가 아들을 낳아 다시 이 학교에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장 내일 수학 숙제가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고 학교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다시 집에 갔다 9시에 겨우 맞춰 등교한 것이 엄청난 다행이었다.

짝을 새로 뽑는 날에는 3일 전부터 되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지우개 바닥에 써 놓았던 그 시절.

그 시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 나와 같은 추억을 만들고 있는 내 아이.

다시 보니 너무나 커 보였던 운동장이 이렇게 작았나 싶다.

흙바닥은 사라지고 잔디 구장으로 바뀌어 다시는 볼 수 없는 내 기억 속 운동장.

내가 졸업한 후 새로 생긴 급식실과 별관, 바뀐 복도 색과 정글 짐, 그리고 사라진 5학년 6반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운동장 한 켠 기린과 사자 동상을 보며 잠시 그 시절을 떠올린다.


나처럼 하교 후 분식집과 문방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

가끔 너무 떼를 써 혼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 알기에 못 이기는 척 오늘도 아이의 손을 잡고 간다.

나 때는 없었던 치킨콜이 최고 인기 메뉴.

컵치킨과 슬러시를 합친 치킨콜에 빠진 우리 아이는 일주일 용돈을 거의 이곳에 다 쓰고 다음 주 용돈을 5일 동안 기다린다.

그래도 치킨콜을 먹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아이.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돼버렸네.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니 떠오른 나의 추억.

작고 소소한 일로 울고 웃던 그 시절의 어린 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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