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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Jul 04. 2024

"오빠, 나 브런치 작가 됐어!" "응."

에세이_모든 게 같을 순 없지만 7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라도 서로 다른 성격과 습관 때문에 맞춰 살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우리 부부는 화성과 금성에서 온 것이 아닌 완전히 다른 태양계에서 온 것처럼 잘 맞는 구석을 찾는 일이 다른 점을 찾기보다 훨씬 어렵다.


연애 시절, 나는 고전 문학과 영화 레미제라블, 쉰들러 리스트 등 작품성 있지만 어찌 보면 지루한(?) 그런 장르를 좋아했다. 남편에게 엄청 재미있다며 레미제라블을 같이 보았는데 10분도 안 되어 취침을 한 우리 남편. 우리의 다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차는 무조건 새 차를 사야 한다, 이름있는 옷과 신발을 사고 싶다는 남편과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옷은 편하고 내 마음에 들기만 하면 된다고 절대 반대한 나.

책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집순이인 나와 돌아다니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ISTJ 남편과 동화책 읽다 조금만 슬퍼도 눈물을 흘리는 INFP 나.

우리 도대체 어떻게 9년을 같이 했을까?


특히 남편은 내가 하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은 있는 것 같은데 반응이 없다.

원래 리액션도 대답도 잘 없는 무뚝뚝한 남편.

"오빠!!! 나 브런치 작가 합격했어!!!"

"아... 오 그래? 응.."

...며칠이 지나도 브런치 앱조차 깔지 않은 남편에게 딱밤을 날렸다.

"엄마 축하해! 어? 이거 나네? 치킨콜 사진! 엄마 글 재미있다!"

아들이 있었기에 우리 부부가 아직 함께라는 것을 남편만 모르는 것 같다.

아내가 쓰는 글이 궁금할 법도 한데. 내가 지금 몇 편이나 올렸는데 첫 화만(그것도 억지로) 좋아요를 누른 남편. 구독도 눌러 주지 않고, 앱도 깔지 않고 하루 종일 휴대폰 게임만 하는 남의 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미안했는지 마음에 없는 리액션을 한다.

"어이... 이제 곧 작가 되겠어 초작가!"

얼마나 삐거덕대며 이야기하던지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명장면이었다.

"남편도 읽어주지 않는데 무슨 작가야! 됐어!"

머쓱함에 머리만 긁적이며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남편. 어휴.


그래도 돌이켜보면 남편이라서 같이 산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계산은 절대 하지 않는 나를 학창 시절 친구들은 너는 어디 길에 내놓으면 사기당하기 딱 좋다고, 너무 사람을 잘 믿는다고 나보다 더 걱정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며 주변에 정을 많이 준 만큼 마음의 생채기도 가득했던 20대 초반. 그 시절에 남편을 보자마자 저 사람은 날 배신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골 청년처럼 순수하고 무뚝뚝해 보이며 키만 멀대처럼 큰 남편.

말수가 적은 그 모습이 왜 어른스러워 보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게임만 하는 모습에 내 가슴만 치게 된다.

그래도 부부는 달라야 잘 산다고 하던데, 싸우기는 엄청 싸우지만 나와 달라 든든할 때도 많다.

물건 하나를 사도 여기저기 사이트를 알아보며 꼼꼼하게 계산해서 사는 남편.

좋은 브랜드의 물건을 사면 더 오래가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회 인식이라는 현실 조언도 해준 남편.

전자기기 등 물건 사는 걸 정말 정말 좋아하고 스스로도 자신의 욕구가 먼저라고 한 사람인데, 본인의 행복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들 육아에 힘써준 남편.

남편도 이렇게나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오빠, 도대체 나랑 왜 살아? 우리 서로 너무 다른데. 싸우기도 자주 싸우고 힘들지 않아?"

"예뻐서."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하는 말인걸 알지만 그 말 한마디에 온갖 서운함이 싹 녹아내린다.

부부란 다른 두 조각의 나무를 서로 조금씩 깎아 맞추는 같다.

한 조각만 다듬으면 그 조각만 너무 작아질 것이다. 서로 조금씩 다듬어야 각자의 생김새를 유지한 채 맞춰갈 수 있다.

그 작업을 평생 해야 하지만 그래야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니 얼마나 멋진 일인지.

오늘은 남편에게 먼저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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