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에필로그)
에세이_봄은 따로 오지 않는다 34
글쓰기는 마라톤과 같아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지, 아니면 열 발자국만, 조금만 더 가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의 결과가 아무것도 없으니 시간 낭비 같습니다.
이럴 시간에 어학 점수 하나 더 준비하는 것이 취업에, 현실 세계에,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들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더 힘겹게 합니다.
계속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일이자 작가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헛된 꿈이 아니라고 되뇌며 현실로 끌어오는 시크릿의 마법을 철석같이 믿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나 조차도 내편이 되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글을 쓰는 이유를 찾고 나의 목적은 작가로의 성공이 아닌 글을 쓴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자라고 합리화합니다.
이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 마음이 아파서 글을 쓰는 거라고.’
저도 처음 시작은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외로웠고 비틀비틀 홀로 외줄을 타듯 살아가는 이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덕분에 글을 쓰며 제가 얻은 것 하나는,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은 아니구나.’
댓글 달아주시는 한 분, 두 분께 얼마나 힘을 얻었는지 몰라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또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9년 남짓한 시간을 주부로 살며 많은 도전을 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없었고 나는 무얼 해도 안되나 보다고 실망스러운 나날뿐이었는데, 글을 쓰며 처음으로 제가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만 글은 포기하기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쓰지 뭐.’
지금도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마음속 불신과 불안이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한 번은 살면서 그저 이끌리는 대로 돛을 온전히 바람에 맡기며 흘러가듯 살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이끌리는 대로 살아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영혼이 안내하는 대로, 너는 무얼 원하냐며 끊임없이 나와 질문하며 다른 사람에게 묻지 말고 조언을 구하지도 말고.
자신에게 물어보고 답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세요.
저는 아직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세상에 온전한 내 편이라는 것은 없더라고요.
타인에게 온정을 찾으면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니 내가 추워하면 내가 따뜻한 담요 덮어주고
내가 더워하면 내가 시원한 음료 한 잔 건네주고
내가 지쳐하면 잠시 쉬었다 가고
내가 해보고 싶다고 하면 응원해 주세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무얼 하고 싶으신가요?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