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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Nov 19. 2024

아내 사용 설명서

남편들은 주목!

도대체 나의 아내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걱정은 왜 이렇게 미리 사서 하는지 없는 걱정까지도 만들어서 하고, 툭하면 삐치고 서운해하는 아내. 오늘은 나의 아내가 무슨 마음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남편을 위한 ‘아내 사용 설명서’를 써 보려 한다.


첫 번째. 아내의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것이 아니다. 나의 아내가 시원시원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을 다 말하는 스타일이 적어도 아니라면, 남편에게 서운한 이 있을 때 괜찮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괜찮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남편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고, 자신이 이런 사소한 일로 삐친다면 속이 좁아 보일 수도 있다거나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등등 여러 복잡한 생각 때문에 괜찮진 않지만 괜찮다고 하는 것일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정말 괜찮은지 다정하게 ‘한 번만 더’ 물어봐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아내가 갑자기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낸다면 그건 마음속 깊은 곳의 응어리가 아직 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일지 잘 생각해 보라. 아마 생각해도 떠오르진 않겠지만.


세 번째. 위와 같이 아직 아내가 삐쳐있거나 곧 기념일이 다가온다고 한다면 아내가 가장 좋아할 선물은 무조건 꽃과 반짝이는 것! 아무리 “아니다, 괜찮다, 하고 다닐 일 없다, 너무 비싸다.” 해도 아내뿐 아니라 여자라면 꽃과 반짝이는 선물을 받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 번째. 아내가 당신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면 핸드폰은 잠시 내려놓을 것. 이건 사실 아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기본이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특히나 더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아내가 당신에게 주저리주저리 할 말이 있다는 건 아직 애정이 남아있다는 뜻이니, 힘든 일을 마치고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못다 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들어주는 것이 사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 어려울 경우에는 잠시 시간을 달라고 알려준다면 참 좋겠다. “아, 왜 자꾸 게임하는데 말 걸어!”, "내가 먼저 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좀 기다리면 되지!" 하는 순간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혼자서.

    

다섯 번째. 제발 밥투정은 그만. 만약 당신이 머슴이 열두 시간 일하고 돌아온 것처럼 맛깔스럽게 먹어주면 저녁 밥상은 저절로 풍성하고 푸짐해질 것이다.

     

여섯 번째. 아내의 말이 도저히 공감되지 않는다면 꿀팁! 끝말을 따라 할 것!

“나 이래서 서운했어...” “그래 서운했구나...”(함께 속상한 표정으로)

“그래서 그 직원 때문에 너무 짜증 났어!!!” “짜증 났겠네!!!”(함께 짜증을 내며)

“그 상황이 너무 웃겼던 거 있지!” “그러네~ 진짜 웃기다!”(배꼽을 잡고 깔깔)

다만, 너무 랬구나만 하면 생각은 저 멀리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들키니 적당히 말을 바꾸어가며 공감해 줄 것. 연습하면 좋아질 테니 파이팅!

     

일곱 번째. 무조건 예쁘다는 말은 자주 해주면 좋다. 전날 치맥으로 인해 퉁퉁 부은 얼굴에도, 아이를 출산하고 축 늘어진 뱃살일지라도, 점점 빠지는 머리카락으로 인해 이마가 조금 넓어져도, 늘어나는 기미와 칙칙해진 피부에도 언제나 예쁘고 아름답다고 칭찬해 준다면 나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쁨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여덟 번째. 절대 다른 사람의 편을 '먼저' 들지 말 것. 아내가 어떠한 일에 실수를 했어도 괜히 훈수 두고 알려준다고 “네가 이때는 이렇게 했어야~!@#$%”라고 하는 순간... (특히 운전)

그날로 저녁밥은 커녕 당신이 뒤집어 벗어던진 양말을 다음 날 아침 그대로 신고 가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상처는 평생 아내의 가슴속에 남아 당신의 귀에 진물이 날 정도로!

자녀가 커서 결혼해 손주가 생길 때까지!!

마치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동화처럼!!! 계속 회자될 것이다.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 공감!! 공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노래 한 곡 추천한다. 핑크퐁의 ‘실수해도 괜찮아.’ 알려주는 건 그 후에 알려 줘도 늦지 않다.


https://youtu.be/m_fmqRU__KQ?feature=shared

    


여자들의 머릿속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섬세한지 가끔은 나도 내가 피곤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아내이기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만을 기다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루 종일 생각하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것 일테다. 아직 당신을 매우 사랑한다는 뜻이니 가끔 너무 삐쳐도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한결같이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면 손등에 주름이 가득한 날이 와도 함께 따듯이 맞잡고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사랑하기에 그만큼 서운해하는 것이다. 남편들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아내는 그보다 더한 사랑을 당신에게 줄 것이다.


오늘은 퇴근 후 꽃 한 송이 준비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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