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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Nov 05. 2024

요 꾀돌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다. 더군다나 딸도 아니고 아들이라 내가 주저리주저리 온 마음 다해 이야기해도 먹혀들지 않을 때가 있다. 엄마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며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요 꾀돌이. 어찌하면 좋을까?     


“엄마, 나 다리가 아파~ 으앙.”

자고 일어나자마자 다리가 아프다며 투정 부리는 아이. 전날까지는 멀쩡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니 다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잘못 자는 바람에 허벅지에 쥐가 난 건지, 담이 온 건지, 그런 듯했다.

“엄마. 나. 진짜로. 학교 못 가겠어.”

“안 돼. 그래도 가야지.”

“아니야, 진짜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하겠어. 진짜야.”


며칠 전 동생이 병원에 가야 해서 어린이집을 하루 빠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옆에서 굉장히 집중해서 들었다. 나에게 왜 동생은 빠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빠지냐는 질문했었다. 그래서인가, 이 투정의 원인이!


“초등학교는 그러면 안 돼. 아프면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리고, 보건실 갔다가 정 안되면 조퇴하고 오는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나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을 테다. 속으로 이걸 어쩌나, 정말 아픈 것 같은데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 건 아닌지라고 생각했으니까.

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단번에 캐치한 아들은 작전을 바꾼다.

“아, 정말 아픈데. 걷지도 못하겠어... 진짜야... 알겠어, 엄마. 대신 오늘만 책가방 좀 싸줘. 정말 아프단 말이야.”

동정심에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정말로 큰일이라면 어쩌지? 혹시 성장통이라도 다쳤다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리에 파스를 뿌려주고 따뜻하게 찜질을 해줘도 걷지도 못하겠다며 절뚝이는 아이를 보고, 씻고 있는 남편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빠, 어떡하지?”

“안 돼. 가야 돼. 학교 가서 조퇴하고 오라고 해. 그리고 그렇게 아프면 한의원 좀 가야겠다. 침이라고 바늘로 찔러서 맞는 거 있거든? 학교 끝나고 한의원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아빠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아이의 표정과 태세가 일순간에 변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늘만 아빠가 차로 태워다 줄 테니까 가자.”     


아이를 등교해 주고 온 남편에게 물었다. 잘 갔냐고.

“응, 잘 가던데? 오늘 학교 끝나고 친구랑 놀 수 있냐고 묻던데.”

헉. 배신이다. 이럴 수가.

이렇게 아들은 나의 머리 위에서 엉덩이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다음 날.

“엄마, 아직도 다리가 너무 아파. 학교는 갈게. 근데 방과후는 오늘만 안 가면 안 돼?”

이 아이가 왜 이럴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동생처럼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는 결론밖에는 떠오르질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 저 멀리 다른 친구들은 방과후 수업을 듣기 위해 가는데, 아이는 책가방을 메고 웃으며 나온다. 지금이라도 수업에 가고 싶으면 하고 와도 된다는 말에 아니라고 아직 다리가 아프단다. 잘만 걸으면서.

“너 솔직하게 이야기 해. 정말 다리가 아파서만이야? 아니면 엄마랑 많이 시간 보내고 싶은 것도 있었어?”

“응...”

“다음부터는 솔직하게 이야기  줘. 엄마랑 많이 놀고 싶으면 그러고 싶다고. 알겠지? 우리 꽈배기 사 먹으러 가자.”

“오예!!!”     


그리고 또 다음 날 아침.

“아직 다리 많이 아파? 어때?”

“아니야! 이제 다 나았어!”

요 꾀돌이. 귀여운 녀석. 다 큰 줄 알았는데 요즘 투정과 떼가 늘어난 아이를 보며 아직 멀었구나, 아직 아기네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내 말이 먹히지만 머리가 더 크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때에도 진심 어린 대화라면 해결되지 않을까? 아들아, 우리 잘 좀 지내보자! 쫌!!!♡


날아라 꾀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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