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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sbesos Jan 01. 2023

Episode 1. 주차

제주도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됐을 때 일이다

차 없이 살아갈 딸이 짠하셨던 아빠는 자신의 오래된 자동차를 주셨다.

그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이는 11살, 주행거리 20만 km을 넘어선 할아버지 중 할아버지였다.


사실 이 차가 '할아버지'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것은 나의 진짜 '할아버지'소유의 차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 우리 집과 길고 긴 인연이었던 녀석.. 떠나보낼 때 어찌나 서글펐던지 기계에 연민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Adios! My friend!

아빠의 눈에는 아가씨가 타기에 뭉툭한차가 맘에 걸리셨다지만 나에겐 너무나 감사한 차였다. 당장에 차를 살 수 없으니 이런 차라도 타고 출퇴근도 하고 장도 볼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다시 '주차'에 대해 얘기로 돌아가서 주차 초보였던 나는 아빠의 차를 받아 열심히 타고 또 타며 제주도를 누볐다! 해안도로며, 예쁜 카페며, 맛있는 식당이며 '씽씽이(애칭-아이러니하게도 할아버지급 차의 애칭은 씽씽이였다)는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씽씽이 단점이면 단점이랄 것은 바로 센서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차를 사이드와 백미러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차들에 비하면 얼마나 하드코어 인가?!


그 때문인지 나의 주차 실력은 일취월장에 거의 마스터 급이 되었다. 내 차에 탄 사람들은 일단 센서가 없다는 점에 놀라고 나의 실력에 놀랐다.


"어머 이 차 타면 실력 엄청 늘겠다"

"처음엔 이런 차로 배워야 실력이 는다고 하더라고요"

격려 같은 칭찬을 받고 아리송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그 아이와 4년간의 인연을 끝으로

난 새 차를 구입했다. 폐차하러 온 렉카에 끌려가는 모습을 동영상을 찍어 놓을 정도로(지금도 보관 중) 나의 어린 날을 함께해 준, 나의 희로애락을 같이한 고마운 인연이었다.


보고 싶다 씽씽아


너로 인해 나의 운전실력, 주차실력은 달인급이 되었고

앞, 뒤, 옆으로 넓고 길었던 너지만 난 너와 '물아일체'가 되어 항상 널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참으로 많이도 신경을 썼단다

너도 나에게 그랬지? 너무 잘 알고 있어. 고마워ㅠ.. 전국각지에서 부품으로 쓰임을 받고 있을 씽씽아 잊지 않을게. 다시 한번 고맙고 또 고마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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