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sbesos Jan 24. 2023

Episode 4. 각티슈

중학교 때 일이다

수업 중엔 선생님이 해주는 딴 얘기가 제일 재밌다

오늘은 재밌는 윤리수업이 든 수요일

오늘은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해주실까?


벌써 이십여 년이 넘어서 그날 수업의 주제, 학습목표는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지금도 똑똑히 기억나는 각티슈 이야기.

윤리 선생님이니까 윤선생이라고 하자.

윤선생님과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각티슈를 다 쓰고 종이 재활용으로 버리던 윤선생님

아버지께서 그거 그냥 버릴 거니라고 물으셨단다

그러려고 했다는 윤선생님에게 아버지는

그 안에 비닐이 있다 때고 버리라고 하셨단다


당시 굳이? 비닐을? 분리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이야기가 기억이 남는 이유는 '환경' 보다는 선생님도 집에서는 '아들'이구나!라는 어떤 '인간미'를 느껴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이야기를 곱씹어 볼수록 20년 전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했을 때임에도

이런 이야기를 자식에게 해주셨다는 점에서 놀라움이 커졌다.


비닐을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 이제는 공익 캠페인으로 진행될 정도이니 그 시대에 그런 가르침을 주셨다는 건 정말 멋진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항상 각티슈를 분리 배출하며 생각나는 윤선생님 부자.

20년 후 한 제자의 머릿속에 그런 교사로 남고 싶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밤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다는 건 신기한 경함이다. 물론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산다. 사회 안에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좋은 영향,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것 맞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