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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sbesos Jan 29. 2023

Episode 5. 문턱

우연히 시야에 들어온 화장실, 시선을 쭉 아래로 내려본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엔 화장실 문턱이 유독 높았다.

주택인지라 아버지가 인테리어에 어느 정도 관여했을 터

잠들기 전 이 방과 저 방의 쓰임과 역할을 생각해 보고 화장실의 작은 문턱까지 고민하셨을 아버지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구석이다.

5살 어린 필자는 한 뼘 정도 높이가 되는 문턱에 가끔 발을 찧곤 했다.(고등학교 때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모시던 할아버지에게도 그 문턱은 꽤나 높은 녀석이었다) 어린 나이엔 모든 집의 화장실이 그런 줄 알았다. 


집, 자동차 안 인테리터, 들고 다니는 소지품, 옷 스타일, 액세서리 등은 그 사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나에겐 그 화장실 문턱이 아버지의 깔끔함을 매우 잘 보여주는 구석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매우 깔끔한 성격을 갖고 계신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 고개를 내저으시곤 한다. 큰 아들이 선물해 준 로봇청소기는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으며, 아버지는 카펫, 강아지 밥그릇, 화분을 들고 로봇청소기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시며 벌을 서시곤 한다.


아버진 분명 5명 대식구가 쓸 집안의 유일한 화장실의 미래를 훤히 내다보신 것이다. 30년 전, 말썽쟁이 삼 남매를 키우던 작은 주택의 화장실은 사방으로 물이 튀고 물장구를 치던 아이들에겐 수영장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무칠이 된 낡은 화장실 문턱이 생각날 때가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살았던 집안 기억에 남는 구석이 있을터. 그 모퉁이 기억은 유별나고 특별하다. 퇴근길, 버거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각자에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유년시절의 그 구석,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엷은 미소를 띠게 해 줄 것이다.


적적했지만 포근해질 하루를 선물해 본다.

나만의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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