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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시간은 난기류를 지나 순항한다> 최영 

by 최영 Mar 26. 2025


이미지 출처: pinterest이미지 출처: pinterest



언젠가부터 회사 메일 수신함에 새로운 메일이 올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다. 정기적 이러닝 교육 공지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승객 컴플레인 접수 건이라도 뜨는 날엔, 한 줄 한 줄 적힌 글자가 비수처럼 박힌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마음에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든다. 


"인턴 면담 대상자 안내"


메일 본문 어디에도 ‘하위 10%’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떠돌던 소문은 이 시점에서 기정사실처럼 다가왔다. 정직원 전환을 앞둔 지금, 내 이름이 그 명단에 올라 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걸 설명하는 듯했다.


석 달 전, 첫 인턴 면담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장의 평가지와 두 자릿수 점수가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증명했다. 한 달 동안 무너진 채 흐물흐물하게 흘러다녔다. 짓밟힌 희망을 마주하는 일은, 내 안의 성실함이라는 작은 조각을 하나씩 죽여가는 기분이었다. 과거의 어디서부터 나라는 자아를 이루는 조각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내가 바라는 희망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손을 뻗었더니 신기루였음을 알게 되는 것, 

                                     겨우 쓸어 담은 가루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 

                                                     내 희망은 그래왔다. 


                                                             공허하다.


회사 생활이 덧셈과 뺄셈 같기만 하면 좋을 텐데. 일 더하기 일을 반복하다 보면 넉넉한 숫자가 쌓이고, ‘사람이니까 실수 할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약간의 뺄셈을 하고. 내 희망은 결국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덧셈을 열심히 해도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0’이 곱해진다. 모아둔 노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회사는 오직 증명된 성과만을 바라본다. 차곡 차곡 모아둔 덧셈에도 눈길을 줬으면 하는 것도 결국 쓸모 없는 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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