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난기류를 지나 순항한다> 최영
어딘가를 떠나고, 또다시 떠나는 이 직업은 방황하는 삶과 닮아 있다. 서비스 업무를 바쁘게 마치고 나면, 고요함 속에서 엔진 소리가 선명해진다. *점프싯에 앉아 사색하기 좋은 순간이다.
방황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 죽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앞에 두고, 우리는 원치 않아도 그 길에 태워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기왕 태어난 김에 멋지게 살아보려고 한다. 멋지게 방황할 다양한 수단 중에서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했다. 언제, 어디서 추락할지 모르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떠난다.
*이/착륙 그리고 난기류 시 승무원이 앉는 의자.
무사히 도착하면 낯선 이방인이 되어 그곳을 탐험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어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추락할지 모르기에 매년 비상탈출 훈련을 받는다. 이착륙의 마의 4분. 그 짧은 순간, 내가 책임져야 할 50명의 생명을 떠올린다. 추락하는 그 순간 어느 문으로 안전하게 50인분의 목숨을 챙겨 나갈지 고민한다.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면, 오늘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순간 없이 안전한 비행을 했음에 감사하게 된다. 승무원에게 있어 책임감이 옅어지는 순간은 곧 사직서를 낼 때라고 생각한다.
승객들 역시 우리와 같은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과 우리의 여행은 다르다. 나는 늘 대책 없이 떠나지만, 승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치밀한 계획을 짜고 떠난다. 그리고 한 편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뒤, 집이라는 목적지로 돌아간다.
매번 낯선 호텔에서 잠을 설치는 나와 달리, 그들은 늘 돌아갈 집이 정해져 있다.
때로는 그 사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