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산들 Jan 01. 2020

절교해도 괜찮을까?

당신의 우정은 안녕하신가요?

[사진출처: unsplash@mattbotsford]


“송년회 겸 얼굴 한 번 봐야지. OO도 부를까?”

“내가 얘기 안 했구나. 나 OO랑 절교했어.”


30대 후반이 되면서 주변에서 절교 소식이 하나둘 들려온다. 절교는 10~20대 초반 철없던 시절에만 겪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째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절교하게 된 걸까?


문제점 1.  이상 친구가 인생의 1순위가 아니다.


최근에 어느 제약회사의 광고를 봤는데 광고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출처: 아로나민 골드 광고>

‘20대에는 친구를 쫓았고, 30대에는 일을 쫓았다’라는 카피처럼 20대에는 친구들이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 30대 초반부터는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연락이 뜸해지고, 각자 결혼해서 가정이 생기는 30대 중반부터는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적어진다. 회사에서는 일에 치이고 퇴근 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샌가 인생의 1순위는 일이나 가족이 되어버리고 친구들이 없어도 크게 불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기면 본인이 양보하고 희생해서라도 우정을 지키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일과 육아 문제, 부부관계도 신경 쓸 일이 많고 골치 아픈데 항상 힘이 되어줄 것 같고 문제없을 것 같던 친구관계가 틀어져 버리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지금이라도 손절할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문제점 2. 지나친 잘난 


30대 후반이 되면 남자 기준으로 빨리 입사한 사람이라면 13년 차 이상, 늦게 입사한 사람이라도 10년 차에 접어들게 된다.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는 많은 경력을 쌓았을 테고 대부분 회사에서 팀장급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친구 모임이나 동창모임에서 본인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한 친구는 모임 때마다


“내가 나름 이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야.”


라는 얘기를 했다. 문제는 여러 회사와 직종을 옮겨 다니며 방황한 친구 A에게는 그 말이 달갑지 않고 아니꼽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 A는 어느 순간부터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조심해야 할 얘기는 또 있다. 바로 부동산 얘기다. 한 친구는 신혼 초기에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입지가 워낙 좋아 4년 만에 5억 이상 올랐다. 모임 때마다 부동산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역시 부자 되는 방법은 부동산밖에 없어.”

“야 너네 왜 부동산 투자 안 해. 너무 안타깝다.”


‘로또 당첨’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당첨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 분양받을 때 양가 부모님에게 3억 정도의 지원을 받은 그 친구와 달리 모든 친구들이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한 친구가

“그렇게 자랑할 거면 네가 오늘 모임비 다 내던가.”

라며 기분 상한 티를 냈고 결국 두 친구의 사이도 소원해졌다.


문제점 3. 장난이 선을 넘는다.


내 직장 선배는 딸 사진을 친구 단톡방에 올렸다. 그러자 한 친구가 “야 딸이 아빠 닮아서 어떡하냐?”라고 했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선배는 결국 그 친구와 절교를 했다. 아마 그 친구분은 ‘친한 친구니까 당연히 장난을 받아주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철없던 시절에 만났던 고등학교 친구 사이라서 더 편하게 생각했겠지만 장난이 선을 넘었다. 결국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는 말이 생각난 일이었다.


친구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이 기분 나쁜 농담도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분 나쁜 건 똑같다. 아니 어쩌면 친한 사람에게 들었을 때는 직장상사나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 들었을 때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다. 둘은 20년 우정을 쌓은 사이었지만 한 마디 말로 인해 결국 우정이 깨져버렸다.


그럼 절교를 해도 괜찮은 걸까? 지금 당장은 괜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30대에게는 친구가 1순위가 아니니까. 일과 가족 때문에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20년 후에는 아마 퇴직을 했을 테고 다 큰 자녀들도 더 이상 내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친구들이 인생의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50대에 동창회가 활성화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그럼 절교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 1. 갈등이 생기면 바로 풀도록  


절교한 경우를 보면 ‘제가 계속 양보했는데 친구가 도를 넘었어요.’, ‘더 이상 못 참겠어요.’처럼 그동안의 문제가 쌓인 것들이 많다. 문제는 상대방은 그 문제점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문제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면 왠지 친구 사이인데 내가 속 좁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그냥 얘기 안 하고 참다 한 번에 터지게 된다.


우정에 금이 갈까 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참는 경우 의외로 사소한 문제 (약속 시간에 계속 늦는 문제, 더치페이 등)가 쌓여 절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정에 균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 섭섭한 부분을 얘기하고 빨리 푸는 게 더 낫다. 상대방도 당신과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고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해결책 2. 잘난 척은 T.P.O 맞게


20대에는 경제력이 비슷하지만 30대가 되면 급격히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친구가 잘 되면 진심으로 기뻐해줘야 하지만 우리 마음이 항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소한 자랑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부부동반 모임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급기야 단톡방에서 누군가 ‘당분간 부동산 얘기는 금지’라고 선언했다. 같은 화제라도 T.P.O가 중요하다. 부동산 얘기라면 친구 모임보다는 재테크 모임이나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도록 하자.


해결책 3. 약간의 긴장감이 필요하다


주변의 절교 소식을 접한 이후로는 친구들을 만날 때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만난다. 내 자랑은 하지 않고 친구들이 기분 상해할 만한 농담도 자제한다. 함께 지내온 시간과 우정의 깊이가 꼭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쉽고 허무하게 관계가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정이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노력과 배려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올해는 더 이상 주변에서 절교 소식이 들리지 않길 바라본다. 당신의 우정은 안녕하신가요?


이전 03화 억지로 친구 만들지 않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