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

씨남이

by 연쇄상담마

고3, 남고의 교실은 동물원 같았다.

20평 남짓한 공간, 50명의 청년들은

인간으로 변하기 전의 신화 속 동물들의 모습이었다.


표효하는 맹수,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 하이에나,

조용히 풀을 뜯는 코끼리, 눈치 보기 바쁜 사슴,

겨울잠을 자는 곰, 노래하는 새까지 빠짐없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다.


과목별 사육사들은 각자의 노하우로 동물들을 일사불란하게 조련했다.

사육사의 퇴장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모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교실과 복도를 배회했다.


“XX 배고프다”

“XX 졸려”

“야 매점 가자”

“오늘 체육 있냐?”

“다음 시간 뭐야. 아 교과서 안 챙겼네 XX”

“학교 끝나고 피시방?”


수컷들의 대화는 원초적이고 직설적이었다.

먹고, 소리 지르고, 자고, 뛰어놀았다.

본능이 지배한 공간이었다.


그런 광경이 익숙한 듯 40대 중반의 담임 선생님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잘 다려진 깔끔한 비즈니스 캐주얼과 고급 뿔테 안경을 낀 그에게선 스킨인지 향수인지 모를 어른의 향이 났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소란을 잠재우며, 품격 있는 단어로 어른의 멋을 흘렸다.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선생님은 특이한 자리 배치 기준을 발표했다.

성적순 짝이었다. 1등은 2등과, 3등은 4등과.

그렇게 좌에서 우로 나열하듯 줄이 끝나면 다음 줄은 그다음 등수 친구들이 채워갔다.

그렇게 1 분단 맨 앞과 4 분단 맨 뒤 사이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생겼다.


나는 1등 바로 뒤 자리였다.

좌에서 우로 지나간 자리를 넘어와 그렇게 1등의 뒤에 앉아 1등을 바라보았다.


내 앞의 뒤통수는 내가 쫓아야 할 자리였다.

몇 등쯤 뒤에 있다는 건 눈대중의 산수정도로 가늠이 됐다.


1등 친구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었다.

세상 1등 친구들이 공동구매한 듯한 안경을 낀 전형적인 모범생 느낌만으로

방금 전학 온 친구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도 없이 불린 별명은 어쩐지 입에 달라붙었다.

그 친구의 별명은, 씨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