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보다 체력이 먼저다.

by 솜니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드라마 미생 中>



다리가 나은 후 곧바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석 달 가까이 걷지 못한 탓에 걸음도 미숙하고 많이 걸을 수도 없었지만, 야외로 나와서 걷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기분은 한층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이라도 걸음을 늘리려 노력했다. 얼른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다리가 아닌 발 쪽에 이전과는 또 다른 통증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발목 뒤쪽에서 미묘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걷는 데는 불편함이 없는 데다 좌우를 번갈아가며 통증이 생기다 말다 해서 나는 별생각 없이 계속 걸었다. 그러다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온 어느 날, 돌연 양쪽 뒤꿈치와 발목에서 격한 통증이 일었다. 그리고 이내 발바닥과 종아리 전체까지 번져나간 통증에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어졌다.


다음날 정형외과로 유명한 한 병원으로 향했다. 초음파를 본 의사는 내 다리 근육이 퇴화 직전이라며 걸으라고 종용했다. 몇 달간 제대로 걷지 못해 다리근육이 다 빠진 모양이었다. 나는 의사의 말대로 소염제를 먹으며 더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얼마 뒤, 통증은 타는 듯한 열감으로 변했고 결국 한 발도 내디딜 수 없게 된 나는 집안을 기어 다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 뒤로 정형외과란 정형외과는 다 돌아다니며 각종 치료를 받았다. 좋다는 신경외과, 재활의학과도 가보았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똑같은 대증치료만 제시할 뿐, 한 달 넘게 소염제를 먹으며 물리치료부터 체외충격파까지 다 받아보아도 좋아지기는커녕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발목의 열감이 극심해 밤마다 냉찜질을 해야 간신히 잠들 수 있는 데다, 뒤꿈치를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이는 통에 바로 누울 수 없어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사는 내 상태를 보더니 또 혀를 끌끌 찼다. 근육이 다 빠진 다리로 무리하게 걸어서 양쪽 다 아킬레스건염이 심하게 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약침을 맞으며 매일 한의원을 다녔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다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지만, 그렇게 몇 달을 보내는 사이 나는 지독한 우울의 늪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정말 어렵게 낸 휴직의 반이 그렇게 흘러가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나의 다리 투병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 이후에 처음 다쳤던 다리를 재차 다치게 되었다. 그러자 당연한 수순처럼 건염도 다시 도져버렸다. 이제 만성건염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거듭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사이 일 년의 휴직이 끝나고, 지금은 질병휴직 8개월 차.

정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가벼운 부상 하나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나의 이년은 그렇게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다리 상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여전히 무한반복 중이다.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조금이라도 무리를 할라치면 금방 염증이 생긴다. 그러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가량 또다시 꼼짝없이 집안에만 머물러야 한다.


걷기는커녕 5분도 서 있기 힘들다 보니 요리도 설거지도 의자에 앉아서 한다. 그야말로 일상생활이 전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니 다리근육은 점점 더 줄어들고, 근육이 빠지니 부하가 걸린 다리와 발 여기저기서 자꾸만 탈이 났다. 그렇게 끝도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를 돌던 통증은 서서히 허벅지를 지나 골반을 타고 이윽고 허리까지 올라왔다. 결국 책상에 앉아 있을 수조차 없게 되어 온종일 누워있던 날도 있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는 건,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발악뿐이었다.








문제는 체력이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정신력은 헛된 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아무리 의지를 끌어모으고 목표를 상기하고 스스로를 독려해 봐도 신경은 온통 아픈 곳으로만 향한다. 그러다 보면 당연한 수순처럼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글은 고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도 버겁던 나날들.

그 시간을 어찌어찌 버텨내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일 년 넘게 끝도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니 그런 것에도 요령이 생겼나 보다. 헤매다 빠져나오는 텀이 조금 짧아진 것도 같다.


일단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하고픈 것, 감사한 것에 집중한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머지않은 시일 내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즐거운 상상을 덧붙이면서.



건강은 잃기 전에는 모른다. 사소한 것 하나가 전체의 균형을 흩트릴 수 있다는 것도.


잃고 나서야 후회하지만, 배우는 것도 있다.

내 몸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이제야 꼼꼼히 살피게 되었다. 그동안 스스로의 몸에 얼마나 무심했던가. 아픈 덕분에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내 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또한 배우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해야 할 것도.

하지만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리 간절하고 애타게 꿈꾼다 한들 몸이 아프면 마음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체력이 우선이다. 정신력은 그다음이다.

스스로를 너무 채근하지 말고 체력부터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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