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난 몇 년간 이리저리 읽고, 듣고, 봐왔던 것들을 근거로 쓰였으니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이 너무도 당연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멜번의 커피 문화는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중의 하나입니다. 도시 어디를 가던지 들어가고픈 커피숍들이 즐비하고, 골목골목 그 작은 공간도 커피숍들이 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며, 또 많은 손님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그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뒤떨어진 동네 초입에 그럴듯한 커피숍이 들어오면 그 동네가 앞으로 뜰 조짐 이라보고 부동산 투자 전략을 짜면 된다는 논문도 본 적이 있으니, 이 도시의 커피 문화는 생활 전반에 걸쳐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끼리 겨루는 세계대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대회가 있으면 뭐하나, 어떻게 그걸 평가하나 싶기는 하지만, 여튼 대회의 많은 입상자들은 이 멜번이라는 도시에서 커피를 배웠거나, 멜번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에 심각하게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이 멜번으로 커피를 배우려 전호주에서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습니다.
어디서 읽으니, 이탈리아와 그리스 이민자가 특히 많은 멜번은 그들의 커피 문화가 절묘하게 융화되어 발전할 수 있었고, 거기다 독특한 커피와 차 문화를 지닌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까지 혼합되면서 어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커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합니다. 제가 가진 멜번 커피 문화에 대한 생각이 여기서 기인합니다.
시드니에 가서 커피를 마셔보면 신기하게도 특정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뭐, 있는 곳 다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커피가 상당히 연하다는 것입니다. 롱 블랙을 마시는 제 입장에서 보면, 그냥 커피 향 나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기분, 요런조런 향이 좀 구별되기는 하지만, 작정하고 연하게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또, 커피숍마다 맛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이전 직장에서 출장으로 시드니에 며칠 머물러야 했습니다. 숙소 주변의 커피숍을 돌아가며 시음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같이 둔한 사람은 그 맛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커피빈도 다르게 쓸터이고, 바리스타도 다른 사람일 텐데 눈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저는 맞힐 자신이 전혀 없었습니다.
반면에 멜번은, 이 바리스타들 고집이 완전 똥고집이라 생각합니다. 골목마다 맛이 다른 커피를 제공합니다. 미각 잃었던 장금이도 단박에 찾을 만큼 맛이 다르게 나옵니다. 되려,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를 수 있는가 연구하는 듯합니다. 부작용이라고 우길만한 이야기라면, 누군가가 어디 커피숍이 유명하다 하여서 평생 처음으로 뭘 기다려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다. 설렌마음으로 다른 멋진 젊은이들과 줄을 서서 커피를 기다렸습니다. 롱블랙을 주문하고 붐비지 않은 공간으로 비켜섭니다. 입을 대고 아주 살짝 마셔봅니다. 응? 이거 뭐지? 조금 더 식혀 그래도 입안에 조금 더 채워봅니다. 아... 3불 50 센트라는 돈이 너무도 아깝고, 줄을 서 기다린 내 자신이 불쌍하고, 여기가 꼭 마셔야 하는 곳이라 추천해준 친구가 싫어집니다. 골목 한쪽으로 비켜서서 이 커피를 즐기는 다른 젊은이들은 과연 이 맛을 어떻게 즐기는 것일까?
저는 정의합니다. 멜번의 커피 문화가 유명하고, 또 즐길만한 이유는, 자신의 입에 맞는 커피를 찾아 헤매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맛들이 각기 다른 곳에서 잠시 정착하게 됩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우리의 입맛에 따라 또 다른 여행을 떠나기도 자유롭습니다. 인스타에, 네이버에 검색하여 그 시작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그냥 쑥 직진하여 그 인생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어떻게든 그 시작은 멜번이니까, 어디서 시작해도 좋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