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딸아
너무나도 착하고 예쁜 큰딸의 14번째 생일이다. 꼬물꼬물 배밀이하던 기억, 어린이집 유치원 다니던 기억, 초등학교 입학했던 기억 등등 이 모든 게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14살이 되었다니... 시간 참 빠르다. 마냥 아기로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아이가 이제는 나보다 10cm 이상으로 커서 내가 안아주는 게 아니라, 날 안아줘야 할 정도로 큰 아이가 되었다.
예전엔 생일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일파티를 해줘야 할지, 어디를 가서 놀아야 아이가 좋아할지, 어떤 선물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건 다 내 몫이었는데, 이제는 갖고 싶다는 선물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생일파티도 친구들과 알아서 하니 내가 해줄 건 친구들과 놀라고 카드를 쥐어주는 것과 미역국 끓여 아침에 생일상 차려주는 것 정도이다.
고민을 안 해도 되니 훨씬 편해지긴 편해졌다. 누구를 초대해야 할 것이며, 어디서 생일파티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줘야 아이가 좋아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도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과정들이 다 생략이 되니 신경 쓸게 확 줄어 편하다. 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좀 아쉬운 느낌도 드는 건 사실이다.
이번 생일도 역시 친구들과 잘 놀다 온 것 같다. 생일은 오늘이지만 방학이기에 전날 밥도 먹고 잘 놀다 온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생일 당일인 오늘은 내가 차려준 생일 아침밥을 먹고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마도 공부를 하는 거겠지...) 어제 생일 파티를 했다지만 당일에 저렇게 있는 걸 보니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고, 어디라도 가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어디를 좀 가볼까 하고 찾아보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물놀이를 좋아하니 수영장이나 워터파크를 가볼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아침을 먹고 나니 11시가 넘어가니 가게 되면 별로 못 놀고 올 것 같아 애매하고, 날도 덥고 비도 오다 말다 하니 이런 날씨에 놀이동산을 가자니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생각하는 게 박물관이나 카페 정도인데 생일날까지 공부하는 것 같은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참 애매하다. 더 어릴 땐 딱히 갈 때가 없으면 근처 키즈카페만 가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뭘 해도 좋아할지 모르겠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근데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 친구들이랑 게임하겠다고 하면서 너무나도 신나게 방에서 게임을 한다.
그래 생일 뭐 별거 있겠니? 네가 즐거우면 그걸로 됐지. 행복하면 된 거야.
"우리 딸 14살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