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똥.고.집
신랑은 매일 피곤하다. 일도 많고 갑상선항진증이라는 지병이 있어 더 힘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매일 야근이다. 우리 식구 먹여 살리느라 고생인거지...
철없던 시절엔 내 생각만 하고 늦는 게 싫어서 내가 많이 투덜댔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하지만 이제는 신랑 힘들고 고생하는걸 어느 정도 알고 느끼기에 웬만하면 화도 안 내고 삐지지도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신랑 시키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내가 하려고 하고 있다. 아이도 잘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그런 신랑이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면, 혹은 퇴근하고 나서 그렇게 과자를 먹는다. 내가 아는 걸로는 회사에서도 종종 먹는 걸로 안다. (집에다 사놓은 과자를 싸들고 가서... 직접 가서 사먹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싶을 정도...)
어느 날 아침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인지 제일 먼저 일어나 역시 과자를 드시고 계신다.
“밥을 먹어야지. 왜 과자를 먹어.”
”배고파서 “ 혹은 “먹고 싶어서”
"자꾸 이런 것만 먹으면 당뇨 걸려. 조심해야지, 이제..."
"응"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서는 조용히 과자를 먹는다. 그러다 갑자기
"과일에 당이 얼마나 들어있는 줄 알아?"
"응. 알아."
"응."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었다.
"과일이 당이 더 들어있어서 그게 더 당뇨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어.!"
참나. 말이나 못 하면...
나는 항상 과일을 떨어뜨리지 않고 사다 놓는다. 아이한테 과자보다는 과일을 더 주려고 하고, 밥 먹고 나면 과일을 간식으로 자주 먹고 있다. 그 얘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하신다. 난 자기 걱정해서 해준 얘긴데 그걸 합리화시키고 싶었나 보다.
20대 때 만나서 20대 때 결혼하고 어느덧 40대가 된 우리 부부. 하루하루 늙어가는 게 느껴지고, 자꾸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겨난다. 가족들 먹여 살린다고 열심히 일하고, 매일같이 야근하면서 고생하는 거 알기에 조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건데, 본인 딴엔 먹고 싶은 거 못 먹게 한다고 생각이 드나 보다.
언제나 날 응원하고, 내 편이 되어주고, 나 힘들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남편이자 자식들을 너무 예뻐하고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편이면서 그중 항상 내가 우선순위인 남편이다. 나도 안다.
근데..
그래도 이럴 땐 좀 얄.밉.다.
얄미운 똥.꼬.집. 말 좀 들음 어디 덧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