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나에게는 두 명의 딸이 있다. 두 살 터울의 자매로 둘이 굉장히 사이가 좋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듯, 다른 듯 닮은 딸들로 공통점이 있다면 밝고 욕심이 많다는 점이다. 작은딸이 해맑은 이유는 아무래도 언니의 영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한 뱃속에서 나왔으니, 같은 공간에서 매일 같이 생활하니 그렇겠지 싶다.
나의 딸들은 굉장히 사이가 좋다. 보통 나이 차이가 엄청 나는 경우 아니면 이 나이 또래 즉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소녀들의 자매사이가 좋은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 딸들은 정말 사이가 좋다. 나도 동생이 있지만 난 아직도 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걸로 봐서는 우리 딸들은 특이 케이스이다. 사이가 워낙 좋다 보니 엄마 입장으로는 너무 뿌듯하면서 대견하고 편하기까지 한다. 뭐든 둘이 같이 하고 무엇보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잘 챙겨주니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큰아이가 자신도 잘 못 챙긴다는 거... 그게 문제긴 하지만... 뭐 그래도 나름 노력하고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편할 때가 많다. 그리고 두 자매의 사이가 좋은 건 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워낙 둘 다 인사도 잘하고 다니며 밝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이 둘 다 예뻐하는 건 당연한 데다가 둘이 사이도 좋으니 엄청 보기 좋다 얘기해 주신다. 나는 동네 사람들을 잘 몰라도 동네 사람들은 린자매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종종 나는 모르는 사람인데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아이들이 어쩜 그렇게 밝고 착해요?"
"언니가 어찌나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지 부러워요."
"둘이 진짜 사이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등등....
나도 모르는 동네분들이 이런 말들로 말을 건네주시고 인사를 하는데, 내용은 좋으나 난 나에게 말 걸어준 분들이 누군지 몰라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예쁘게 봐준다는 게 감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혹시나 사춘기가 심하게 오거나,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게 되어서 지금과 같지 않으면 어쩌나, 그러면 그땐 우리 애들에 대해 좋은 얘기가 아닌 안 좋은 얘기를 하겠지 싶어 좀 걱정스럽다. 그저 한결같이 잘 커주길 바라는 수밖에...
밝은 자매이니 만큼 하고픈 것들도 많다. 즉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욕심 많은 15살 13살 소녀들이다. 그중에서 유독 큰 아이가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노력한 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의지가 아닌 본인의 의지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 양이 하도 많아서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우선 두 딸 모두 다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아기 때부터 음악만 나오면 그렇게 흔들어댔는데, 지금도 역시 흥이 많아 춤추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방송댄스 문화센터에 다녔고,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방송댄스에 다녔고, 큰딸은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전문 댄스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중학교 1학년 초반까지는 치어리딩도 했다. 작은딸은 현재 한국무용, 발레를 하고 있다. (둘 다 단순 취미로 다니고 있다.) 그렇게 흥이 많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자매들이다.
우리 딸들의 취미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게임하는 것도 좋아한다. 운동도 좋아해서 큰 딸은 결국 학교 핸드볼부에 들어갔다. 1학년때 체육선생님이 스카우트할 땐 고민하다 거절하더니 결국 2학년이 돼서 또 한 번의 스카우트제의에 못 이기는 척 들어갔다. 핸드볼의 ㅎ자도 모르는 아이인데 키도 크고 운동신경도 좀 있으니 체육선생님이 그렇게 공들여서 스카우트하시더니 결국 넘어갔다. 처음엔 규칙도 모르고 어떤 경기인지도 몰라서 헤맸는데 (시작한 지 한 2주 정도밖에 안 돼서 아직도 헤매고 있음) 그래도 너무 재미있다며, 자기 잘하고 싶다고 집에서도 종종 슛동작을 연습할 정도로 열정에 불탄다.(근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어렵다고 한다.) 그 밖에 오케스트라도 하고 있으며 가끔은 자신이 돈 벌어보겠다며 이모티콘도 만들고... 아무튼 벌리는걸 참 좋아한다. 이러한 취미들 때문에 전공한다 할까 봐, 진로를 이쪽으로 정하겠다고 할까 봐 걱정도 된다. (작은딸은 종종 한 번씩 무용 전공하겠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들이니 만큼 욕심도 많다.
특히 큰딸은 한자리 차지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상담을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3학년이 되면 반회장을 뽑는다 라는 얘기를 해줬더니 큰딸 눈이 초롱초롱했다며 아마 3학년때부터는 뭔가 하나 할거 같다고 얘기해 주셨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로 1년 학교를 거의 안 다닌 그 해 말고는 매년 꼬박꼬박 반 회장을 했고 5~6학년 때는 전교 임원도 했다. 보통 초등학교 때는 많이 하고 싶어 하니까 그러려니 했고, 중학교 되면 안 하겠지 싶었는데 웬걸... 중학교 되자마자 반 회장이 되었고, 2학년때는 1학기때 아무 말도 안 해서 조금 그런 욕심이 사라졌다 했더니 역시나 2학기에 반회장이 되었다.
이런 것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하겠다고 해서 종종 피곤할 때가 있다. 하루의 시간은 24시간 한 달은 30~31일 1년은 365일로 정해져 있는데 이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니 시간도 부족하고 맘도 급하고 정신도 없고... 혼자서 감당을 못하니 내가 자연스럽게 간섭을 하고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게 되니 본인만 힘든 게 아니라 나까지 정신없고 힘들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런 걸로 몇 번 잔소리를 하게 된다. 하고 싶다고 다 벌리지만 말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벌리자, 공부도 해야 하지 않겠냐...
결론적으론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줄어드니 엄마로선 그렇게 맘에 들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크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다 경험이지 싶어서 하고 싶다는 걸 다 시켜주려고 애썼는데 이건 뭐 중학교 돼서도 이러니 가끔은 답답하고 걱정이 된다. 본인말로는 공부할 거 하면서 할 수 있다고 벌리고 있는데 내 눈엔 쓰잘 떼기 없는 것들도 많아 보이니 이런대서 종종 부딪히게 된다. 예전에야 나의 일방적인 잔소리였지만, 이제는 컸다고 대들기도 하고 알아서 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욕심들로 인해서 하고 있는 것들 중에 우리 아이의 미래가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저것 건들기만 하고 정작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시간만 뺏길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하던걸 안 하겠다고 하면 또 그거 나름대로 걱정이 된다. 무슨 일이 있나, 심경의 변화가 왜 생겼나 싶어서....
작은딸은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또 작은 딸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게 많다. 큰딸과 다른 점은 큰딸의 경우 한 번에 하고 싶을걸 다 하는 편이라면, 작은딸은 하나에 뭔가 꽂히면 미친 듯이 그것만 한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다른 건 쳐다도 보지 않는다. 대신 목표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그 열정이 식는다. 신기할 정도로 난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식어버린다.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거 같으면서도 비슷한 두 딸. 엄마라는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 싶어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저 어떤 일이든 각자의 성향에 맞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