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엄마의 간섭은 어디까지가 적당한 걸까
큰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혼란에 빠졌다. 엄마의 개입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었다.
큰 딸은 정말 남들이 보기엔 중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해맑다. 해맑디 해맑아서 한편으로는 모자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지능이 낮은 것도, 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도 제법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너무 잘해서 선생님들한테도 칭찬도 많이 받고 상점도 많이 받아온다. 딱 모범생 스타일로, 발표도 열심히 하고, 임원선거도 빠짐없이 나가고, 장기자랑도 꼭 나가서 추고... 게다가 키도 또래 여자애들보다 훨씬 커서 눈에 엄청 띈다.
근데 또래 친구들 몇몇한텐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친구들한테는 나대는 바보 같은 애쯤으로 생각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엔 키도 크고 눈에 띄니까 쟨 뭐라도 있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지내보니 헤헤 웃기만 하고, 뭐라 해도 그냥 넘어가고 그러니 '쟤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우리 딸은 그저 싸우는 게 싫어서 나름대로 웃으며 넘어가는 자기만의 방식인데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확히 그 친구들의 생각, 심리를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딸을 좋게 보진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중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다는 딸이 최근 들어 좀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시작은 작년 중학교 입학을 하고 2학기가 되어서부터였던 것 같다. 중학교 들어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인 친구들은 대부분 알기 때문에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근데 그중 한 명은 원래 치어리딩도 같이 다녔기에 정말 친하진 않아도 사이가 나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었기에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받지 않고 무시를 했다고 한다. 처음엔 못 봤나 하고 넘겼는데, 그게 두 번 세 번 계속 인사를 무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뒤로는 자기도 인사를 안 했는데 어쩌다 눈이 마주쳐서 또 인사를 하니 그냥 또 무시했다고 한다. (우리 딸도 참 끈질긴...) 그렇게 그 친구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 인사조차도 안 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 친구와 무리들이 자기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고 한다. 첨엔 그냥 웃나 보다 했는데,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고... 미소가 아닌 비웃는 듯이 계속 일부러 웃는 거 같이 보였다고 한다. 그게 쭉 이어져 2학년이 된 지금. 그 친구와 친한 몇 명과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 아이 친구 두 명도 자기를 보며 웃는다고 한다. 내가 웃기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무시하고 더 크게 웃는다고 한다. 대놓고 괴롭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또, 웃는 것도 본인만 그렇게 느끼는 걸 수 있으니 여태까진 그냥 기분이 나빠도 넘어갔다. 나도 애도....
근데 사건이 결국 터졌다. 체육시간에 그 애 반이랑 같이 체육을 했다고 한다. 핸드볼 패스게임을 하는데 우리 딸이 그 아이를 실수로 쳤다고 한다. 근데 그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많기도 하고, 그 친구도 자기를 밀고 밀치고 그랬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문제는 그 후! 체육이 끝나고 체육관에 나와서 갑자기 그 아이가 울었다며, 그러면서 네가 세게 쳐서 운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딸이 그랬냐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진정성 없는 사과니 뭐니 하면서 그 친구 무리들이 미친년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보다 더 한 욕도 했을 수도... ) 그런 얘기를 듣고 나니 너무 억울했는지 자기 조퇴하고 싶다며, 전학 가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너무 화가 났다. 이젠 아예 대놓고 괴롭히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그냥 선생님한테 가서 이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하라고 했다. 그러면 선생님이 양쪽 얘기 듣고 뭔가 조치를 해주시겠지 싶어서 말이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당하지 않게 확실히 뿌리를 뽑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예전에 아이가 몇 번이고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중학생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를 종종 했으며 너무 아이를 감싸는 엄마가 될까 봐, 약간의 조언과 아이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진 정말 화가 났어도, 학교에 얘기하고 싶었어도 또, 상대 엄마하고 얘기를 해보고 싶었던 걸 참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직 미성년자이고 아직 어린아이인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너무 지켜봤던 나의 행동이 일을 키운 게 아닌가 싶다. 꼭 그게 아니어도 어차피 터질 일이 터진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젠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이며,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최선을 다해 우리 딸아이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어렵다. 클수록 어렵다. 앞으로 더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해야 아이한테도 우리 한테도 좋은 걸까? 엄마의 역할이 정답이 나와있는 해답지가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