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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Aug 24. 2024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

예쁜 말, 착한 말, 힘이 되는 말

 우연히 돌아다니는 영상 하나를 보았는데 유퀴즈 프로그램 중 일부분이었다. 질문은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가 무엇인지였고, 그에 답변한 학생의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가 뭘까요?"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이 나빠요."


 영상을 보면서 엄청 웃었는데,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잔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빴고, 조언한답시고 충고를 들으면 더 기분이 나빴다. 

 근데 문뜩 내가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춘기가 온 큰딸에게...


 한참 사춘기에 들어선 두 딸은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다. 작은딸은 아직 사춘기라고 하기엔 큰 변화가 없어서 아직은 아니구나 싶은데, 큰딸은 중2로 흔히 중2병이라는 사춘기 중에서도 최고봉인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중2병은 안 온 듯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무난하게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사춘기는 사춘기이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대답도 잘 안 하고, 말대꾸도 하고, 반항도 한다. 


 사춘기라고 느끼는 증상 중 하나가 전에도 언급을 했지만 워낙 욕심이 많은 딸이고 하고 싶은 아이다 보니 이것저것 벌리는 일들이 많다. 그저 재미있으면 '나 해볼래. 나 할래' 무턱대고 도전부터 하는 도전 정신이 강한 아이! 초등학교땐 이런 성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중학생이 되니 이런 행동이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고, 이도 저도 안 되는 것들이 종종 생겼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개입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며, 도와준다 생각하고 하나, 둘 도와주고 있는데,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 꼭 내가 하는 것처럼 더 힘든 것 같은 이유는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싶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조언과 충고를 빙자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걸 할 수 있겠어? 지금도 바쁜데 뭘 더 한다는 거야. 결국 엄마 일이네?"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할 수 있어."


 항상 대화의 끝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알아서 한다는 대답이다. 근데 막상 시간이 지나서 하는 걸 보면 스스로 잘 알아서 잘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또 내가 참견을 하게 되고, 나의 손이 타게 되며,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처음엔 아이가 욕심은 많은데 계획 없이 그냥 무작정 하려고만 하니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근데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다. 너무 완벽을 바라서 그러는 거라고, 아이가 저렇게 도전을 한다는 건 좋은 거라며, 보통의 아이들은 실패가 두려와 도전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너무 완벽을 바라기 때문에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잔소리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였다.


 "제대로 하지도 못 하면서 왜 이렇게 다 벌리기만 해.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나는 아이에게 완벽을 요구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가 이왕 하는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꼭 완벽하게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 그냥 도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고 응원할 만하고, 즐거울만한 게 아닌가... 완벽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것도 도전의 경험이고 의미인데 난 무엇 때문에 완벽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 완벽을 위해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유는 또 왜일까... 


 어느 날 나는 그저 아이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건데, 이러한 생각과 고정관념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항상 무언가 신청을 해야 하고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주저 없이 하겠다고 하는 아이가, 어느 날부터는 '생각해 볼게.', '꼭 해야 하는 건가.'란 말을 종종 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지만 전에는 하지 않았던 부정의 말, 고민의 말을 한두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고 이제는 청소년이고 커가는 과정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는 마냥 그런 이유만은 아닌 거 같다. 결국 또 나는 혼란 속에 빠져있고,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또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를...


 나의 큰아이는 다른 사춘기 아이들보다 수월한 편에 속하고 대화도 통하는 편이긴 하다. 다른 집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말조차 섞기 힘들고 대화가 안 되는 게 기본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 아이가 뒤늦은 심한 사춘기가 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어렵지 않기에... 내가 더 잔소리를 심하게 하는 거 같기도 한다.


 나는 내 잔소리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잔소리가 아닌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더 기분 나쁜 충고가 아닌 도움이 되는, 아이가 기분 나빠하지 않는 조언이 되길 바라보지만, 그건 내 생각뿐이겠지...

그럼 착한 말, 좋은 말, 힘이 되는 말은 도대체 어떤 건지, 나는 그 시절에 어떤 말이 힘이 되었더라... 생각해 보면 어떤 말도 도움이 된다 생각하지 못했고, 힘이 된다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런 말이 있긴 할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좋게 느껴지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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