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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Aug 31. 2024

둘째 딸의 은밀한 취미 생활

초등학교 6학년

 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큰딸은 중2, 작은딸은 초6. 

최근 작은 딸에게 은밀한 취미 생활이 생겼다. 그건 바로 캐치티니핑. 

처음에 캐치티니핑을 보고 싶다고 할 땐 그게 뭔데 보고 싶나 했더니 완전 꼬맹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였다. 이게 보고 싶다고? 뽀로로부터 시크릿 쥬쥬, 레이디버그, 그리고 신비아파트까지 끊은 애가 이게 보고 싶다고? 

 작은딸은 막내라서 그런지 아직 아기 같은 면이 있긴 있다. 혼자 집에 있는 것도 무서워해서 내가 나갔다가도 아이 하교시간엔 웬만하면 집에 돌아왔고, 혹시나 나갈 일이 있어도 같이 나가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근데 어느 날부터는 혼자 있을 수 있다며 대신 자기는 티치 티니핑을 보고 있겠다고 했다. 처음엔 그냥 그래 무서우니까 TV라도 보면 덜 하겠지, 이상한 거 보는 것보다 꼬맹이들 보는 게 나으니까라고 생각을 하고 허락을 했는데... 이게 이렇게 아이가 빠져나올 수 없는 취미생활이 되어버릴 줄이야...





 여름휴가를 갔을 때 극장에서 '사랑의 하츄핑'이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자기 그거 꼭 봐야 한다며 휴가지에서도 극장에 가자고 졸랐다. 첨엔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얘는 진심이었다. 어찌나 생떼이던지... 미운 7살 이후로 이러는 걸 처음 봤다. 물론 어릴 때도 갖고 싶다고 한 것도 많고, 욕심도 많았지만 꼬맹이들이나 보는 캐치티니핑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잘 설득해서 서울 올라가서 보자고 하고 휴가를 보내고 올라온 날. 올라오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아이는 빨리 영화표를 예매해 달라고 졸랐다. 나랑 신랑은 도저히 돈이 아까울 거 같아 엄마랑 아빠는 보고 싶지 않으니 혼자 보던지, 아님 친구랑 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연락을 했는데 친구도 당장은 못 보고 다음날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날로 약속을 했다. 근데 그 하루를 못 참고 자기 혼자라도 봐야겠다며 난리를 치는 통에 차마 혼자 보게는 못하겠어서 큰 아이에게 같이 봐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큰아이가 같이 봐주겠다 하여 둘이 같이 영화관에 보냈다. 


 큰딸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나 좀 잤어. 근데 나 잤다고 옆에서 막 뭐라 하고 때려."

 왜 언니를 때리냐고 물어봤는데, 이렇게 감동적이고 슬픈 영화를 보는데 어떻게 잘 수 있냐고 하며 투닥투닥했던 것이다. 웃음이 났다.

 솔직히 큰딸도 아직 어린 정신연령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하고 같이 보냈던 건데, 역시 중2는 중2인가 보다. 재미없어서 잤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영화관람평을 봤는데, 아이 보여주려고 갔다가 엄마 아빠도 울고 온 영화라고 관객수 7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내용은 정말 유치하지만은 않았나 보네 싶었다. 


 여기까지는 딱 좋았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얼마든지 볼 수 있지. 내용이 이상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우려했으며,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났다.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파산핑, 등골핑이라는 말이 있던데, 초 6의 딸을 가진 내가 그 아이들을 사게 될 줄이야... 물론 첨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니 돈으로 사'라고 했는데 진짜 자기 돈으로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돈으로 2개의 캐치티니핑 장난감을 사셨다. (정확히 말하면 한 개만 자신의 돈, 하나는 엄마아빠 돈)

 장난감 사는 걸로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원래 이런 인기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등이 나오면 기업에서 콜라보해서 나오는 굿즈들이 있지 않은가. 티치키니핑도 마찬가지였다. 


새콤핑 & 달콤핑

 

 처음엔 맘스터치였다. 영화 시작 전 광고를 하는데 거기에 맘스터치가 콜라보했다고 나왔던 모양이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갔던 언니에게 자기 저거 사달라고 졸랐단다. 언니는 엄마인 나보다 더 동생을 아끼는 아이였기에 알았다고 하고 며칠 뒤 집에 와서 나에게 돈을 주며 맘스터치를 시켜달라고 했다. 사랑의 하츄핑 세트로... 

 그렇게 처음으로 갖게 된 티치키니핑 굿즈. 


 두 번째는 메가커피였다. 신랑이 출근할 때마다 한잔씩 커피를 사 마시는데 거기에도 랜덤 피규어가 있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사고 싶진 않았다. 장난감이 얼마나 부질없고 돈지랄인지 알았기 때문에... (며칠 전 베란다 정리를 했는데 그때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죄다 버렸더니 어찌나 돈이 아깝던지...) 그래도 사줬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딱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맘스터치 사랑의 하츄핑 세트와 굿즈

 

 더 웃긴 건 캐치티니핑은 우리 딸에게 정말 은밀한 취미생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너무 좋아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창피해한다는 것. 자신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건지... 그래서 장난감이나 굿즈를 들고 다니긴 하지만 절대 대놓고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내가 왜 당당하지 못하냐 부끄러운데 왜 좋아하냐라고 했지만 딱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티치키니핑에 대한 은밀한 취미생활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과연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럴 건지...

 하지만 취향은 존중해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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