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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넌 최고의 공희주였어!

by 앙마의유혹

둘째 딸 학교에서 꿈끼 발표회가 있었다. 전에는 꿈끼 발표회라고 하면 각자 장기자랑을 하는 날이었는데, 이번에는 학교 창체 시간에 준비한 연극을 보여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장기자랑을 하지 않는 건 아쉬웠지만, 우리 딸이 여자 주인공이라는 말에 신랑은 연차까지 내고 아이 연극을 보러 갔다.

학교에서 종종 창체 수업으로 연극이나 뮤지컬을 한다. 악기 연주로 바이올린도 했고, 국악수업으로 민요도 하곤 했다. 작년에도 연극을 했었는데 그때는 학부모를 초대하지 않아서 연극을 했어도 어떻게 했는지, 그냥 아이가 했다고 하니 했구나가 다였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주인공은 발랄한 여자아이 캐릭터로 포니테일이나 양갈래로 머리를 하고 오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며 양갈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열심히 말괄량이 느낌이 나도록 머리를 묶어주고 학교에 보냈다. 이따 보자 라는 말과 함께.


아이를 보내고 집안일을 다 한 다음 오랜만에 연차라 늦잠을 자는 신랑을 깨웠다. 그리고 준비하고 연극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다. 생각보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와 있었다. 6학년이라 이제는 많이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학교에서 행사를 하는 거다 보니 다들 시간 빼서 온 모양이다.


연극 시작 시간 5분 전. 드디어 입장을 했다. 우리 딸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보니까 머리스타일이 바뀌어있다. 모자를 쓰는 것으로 바뀌었는지 양갈래는 푸르고 포니테일로 묶은 후에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 모습도 귀엽고 예뻤다. 뭔들 안 이쁠까...


드디어 연극 시작! 우리 딸은 공희주라는 야구를 좋아하는 소녀 역할을 맡았다. 걱정과 다르게 실수 하나 없이 연기를 잘해나간다. 대사 분량도 많은 거 같은데 언제 다 외운 건지... 기특하면서도 짠하고, 뭔가 코끝이 찡해져 왔다.

연극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퀄리티도 높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연기도 잘했다. 내용도 알찼고... 기대 이상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우리 딸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잘 해냈다. 연극배우처럼 까진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뛰어났으며, 너무나도 멋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커튼콜을 한 후에 연극 선생님이 마이크를 드셨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아이들이 진짜 열심히 준비했어요.

.... 중략...

담임선생님도 한마디 하세요."


"아이고 저는 뭐 한 게 없는데..." 하시면서 담임선생님이 순간 고개를 돌리시고 말을 잇지 못하셨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연극을 다 올리고 나니 뭔가 울컥하신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 연극 선생님께서도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엄마들도 역시 참았던 눈물을 훔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극을 한 몇몇의 여자아이들도 울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된 연극 공연장.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잘 해냈다는 것 같아 더 감동이었으리라...

나 역시 참았던 눈물이 자꾸만 나오려 해서 혼이 났다. 마냥 애기인 줄 알았는데 진짜 언제 이렇게 큰 거야...

선생님께서 알림장에 감사 공지를 남기셨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개인적인 문자도 왔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우리 딸 정말 잘했고 통통 튀는 매력만점의 공희주였다고, 정말 최고였다고 전해달라고 말이다.

또 이 문자에 울컥... 감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연극은 끝이 났지만 우리 6학년 1반, 끝날 때까지 파이팅!!

그리고 우리 딸! 넌 오늘 최고의 공희주였어!! 사랑한다.



IMG_3465.jpeg 연극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열심히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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