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마의유혹 Nov 11. 2024

극복을 해야 하는 걸까,
마무리를 해야 하는 걸까.

대신 아프고, 대신 상처받고 싶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에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따님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턱 없이 모자랄 때가 많다. 즉, 시간적 여유라는 게 없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같이 TV나 보면서 쉬고 싶은데, 여행도 많이 가고, 놀러도 많이 가고 싶은데 최근엔 더욱더 그럴 시간이 없었다. 크면 클수록 그런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좀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어가는데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다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큰아이는 다음 달에 오케스트라에서 협연을 한다. 올 초에 결정된 일이지만 오케스트라 측과 내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난 막연히 계획만 있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정해지면 연습시키고 레슨 시켜야지 했었는데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2달 전부터 부랴부랴 레슨선생님을 구하고 하루에 잠깐이라도 연습을 하는데 워낙 오케스트라 지휘자 선생님께서 눈도 높으시고, 욕심도 있으신 분이라 곡 선택 자체를 아이의 실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걸 골랐던 것 같다. 우리 딸은 초등학교 입학해 방과 후수업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1년에서 1년 반정도는 코로나 때문에 방과 후 수업도 못했었다. 그나마 4학년 때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코로나시기에 학교를 안 가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레슨을 따로 받지 않은 것 치고 실력이 확 늘었었다. 즉, 제대로 개인레슨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아이다. 그런 아이였는데 이번 협연이 결정되고 나서 처음으로 개인 레슨을 붙여줬고, 연습을 다시 하기 시작한 거라 쉽게 늘지 않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시험기간도 겹쳐있었고 해야 할 것도 많았기에 잘 늘지 않고 있다. 협연 날짜는 다가오는데 애 상태는 그대로니 레슨선생님도, 지휘자 선생님도 답답하셨나 보다. 저번주부터 아이를 혼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워낙 뒤끝 없고 밝은 아이인데도 사춘기이기도 하고 혼나본 적도 거의 없는 아이다 보니 얼굴에서 티가 났다. 기분이 안 좋구나... 그래도 저번주에는 잘 넘어갔는데 오늘은 결국 울었다. 지휘자선생님께서 좀 심하게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꾹꾹 참다가 집에 오는 길에 울음이 터졌다 본데 그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속이 상했다. 


 둘째 역시 2월에 무용 발표회가 있다. 무용도 엄청 좋아하는 아이인데 둘째가 오늘 무용이 재미없다며 하기 싫다고 한다. 특히 현대무용이... 원래 현대무용 할 때 너무 재미있다고, 집에 와서도 그 좁은 데서 연습하다

다치기도 하고 했을 정도였는데 갑자기 하기가 싫다고 한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그냥 재미없다고 한다. 그렇게 재미있다고 할 땐 언제고 왜 갑자기 재미가 없을까 했더니, 잘 못한다고 선생님한테 혼난 것이다. 

 

 두 아이다 항상 칭찬만 듣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혼나는 것에 굉장히 큰 상처를 받는다. 크면 클수록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친 맘이 얼마나 속상할까 덩달아 같이 속상하다. 열심히 하지 않은 거 아니고,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한 아이들이라 더 속상하고 힘이 드는구나 싶다. 

 둘 다 전공할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시켜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저 취미로 시키는 것들인데, 시간도 많이 뺏기고 맘은 맘대로 상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같은 뱃속에서 나와도 이렇게 다르구나 싶은 게 큰애는 혼이 나도 끝까지 하겠다 하고, 작은애는 한번 혼났다고 안 하겠다 하고...  큰 아이한테는 '그냥 그만둘래? 네가 힘들면 안 해도 돼.'라고 하게 되고, 작은 아이한테는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잘할 수 있잖아.'라고 하게 된다.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이렇게 되는 듯... 참 알 수가 없다. 어찌 되었든, 속상한 건 매한가지... 이러면서 더 큰 열매가 되겠지, 더 크게 자라겠지. 하며 위로를 해본다. 

이전 16화 토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