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 발견
갑자기 작은딸이 자기들 방에서 뭘 하나 가져오면서 묻는다.
"엄마 이거 뭐야?"
뭐지 하고 보니까, 큰 딸 임신했을 때 태교일기였다.
하... 이렇게 작디작을 때가 있었구나, 뱃속에 넣고 다녔었지 내가...
어찌 보면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굉장히 지극정성이었구나. 아무래도 첫아이였기에 더 지극정성으로 태교를 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작은 딸은 미안하게도 나 대신에 큰딸이 태교를 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2살 터울밖에 나지 않는 자매임에도 언니가 동생을 너무 예뻐라 한다. (내가 태교한 것 보다 더 좋은 결과 같기도...)
원래 우리 부부는 결혼 후 2년 뒤쯤 아이를 갖자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게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닌지라 결혼한 지 2개월 만에 아이가 생긴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 임신인 걸 알았을 땐 설마 했고, 첫 초음파로 콩알만 한 우리 아기를 봤을 땐 너무나도 신기했으며, 한편으로는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 기대와 걱정 속에 소중한 생명 잘 낳아 키워보자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열 달을 내 뱃속에 넣고 다니며 태교 한답시고 이것저것 다 했던 거 같다. 요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콩알만 했던 작은 세포가 검진 갈 때마다 사람 형태로 바뀌고, 팔다리가 보이고, 제법 사람 같아지는 걸 볼 때면 정말 너무너무 신기했다. 생명이란 건 정말 신비하고 신기롭구나 싶었다. 아마 이 느낌은 아이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전까지는 전혀 생명이라는 건 그냥 생명이지라고만 생각했지, 신기하고 신비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첫 아이를 갖고 낳고 나서야 그때부터 작고 소중한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도, 동물도...
그렇게 작디작은 태아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 이제는 무럭무럭 자라서 나보다 10cm 이상으로 크고, 아빠보다 10cm 밖에 작지 않은 큰딸로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밝게 아주 잘 커주고 있음에 새삼 감사하다.
태교일기를 읽던 작은딸이
"엄마, 여기에는 그저 건강하게만 태어나고, 자라 달라고 쓰여 있는데?"
근데 왜 지금은 자꾸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왜 잔소리를 해?라는 의도가 다분히 담긴 물음이었다.
음? 그렇지... 맞아. 그랬다. 이때는 정말 건강하게 태어나주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세상의 모든 걸 다 바라고 있다 내가... 매번 그래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참 쉽지 않다.
작은딸이 보면서 너무 재미있다며 열심히 보는데 자기 태교일기는 없냐고 묻는다. 분명 썼던 기억이 있는데 어디 있는지 찾질 못하겠다. 주말에 옷정리하면서 좀 찾아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