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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녀전

그 아빠의 그 딸

by 앙마의유혹

토요일 나와 작은딸이 외출을 했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핸드폰은 방해금지 모드로 되어 있었고, 스마트워치 역시 진동음으로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신랑이었다. 내가 끝날 거라 한 시간이어서 끝났나 하고 전화한 건가? 하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기에 전화를 돌렸다. 근데도 계속 전화가 왔다. 분명 내가 이렇게 전화 돌리는 거면 못 받는다는 거 알 텐데 왜 계속 전화하는 거지 싶었고,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나 지금 전화 못 받아. 알면서 왜 이래."

"급해, 뺀치 어디에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뺀치를 찾지? 위치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볼일을 보고 나서 핸드폰 메시지를 보니 신랑한테 사진이 2개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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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야... 싶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 바로 전화를 했다.


"롤빗 엉켰었어?"

"응, 지가 머리 드라이 해보려다가 저렇게 됐나 봐. 그래서 뺀치 찾은 거야."

"그래서 해결했고?"

"응, 머릿결이 좀 상하긴 했는데 잘 풀었어."

"다행이네."


웃음이 났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싶었다.


전날 큰아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데려갔었다. 미용실에 커트를 했는데 커트하고 드라이를 예쁘게 해 주면서 어떻게 관리하라고 디자이너분이 설명을 해준 모양이다. 그때 머리가 너무 맘에 들었는지 자기도 해보겠다고 롤빗으로 드라이를 하려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몇 년 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신랑이 작은딸 머리를 말려주고, 빗겨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해서 보니 머리가 롤빗에 엉켜 빠지지 않으니 머리가 당겨져 아파서 울고불고하고 있던 것이다. 내가 수습을 해보려 했으나 더 엉킬 뿐 빠지지가 않았다. 어차피 한번 잘라줄까 싶었었고 애가 너무 울어서 그냥 잘라줬다. 그래서 그때 작은딸은 단발이 되었다. 나름 귀여웠고 잘 어울렸다. 신랑 딴에는 미용실에서 이렇게 드라이해 주라고 들었던 얘기대로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모양인데 이런 사달이 난 거였다.

근데 그 짓을 큰딸이 똑같이 한 것.


큰 딸은 외모에 큰 관심이 없다. 아직 어린 느낌이랄까? 키만 멀대같이 컸지 하는 짓은 영락없이 초등학생이다. 그런데 또래 친구들처럼 외모에 관심이 생겼는지 머리가 맘에 든다고 그대로 해보겠다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너무 귀엽고 웃겼다. 그리고 예전일이 생각이 나서 또 웃겼다. 부전녀전인 건가...

다행히 그땐 잘 몰라서 잘라버렸지만 이번엔 어디서 들은 얘기가 있는지 롤빗살을 다 뽑으면 된다고 해서 뽑아서 해결을 한 것이다. 이래서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머리였는데, 잘랐으면 어쩔 뻔...


재미있는 에피소드 만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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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실수하는 것도 유전이야? 어쩜 그리 똑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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