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고래
돌풍은 야속하게도 나를 멋지게 바다로 안착시켜주진 않았다.
내 몸은 위아래로 춤을 추듯 축제장의 기둥과 건물과 사람들 사이를 요란하게 빠져나가며 뱅글뱅글 돌았고 결국 고약하게 멀미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날아간 방향이 바다 쪽이고 세찬 소나기 덕에 위로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바다로 안착할 수 있었다.
어찌 됐건 얼떨결에 내 소원이 이뤄진 거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어푸어푸 바닷물 속으로 얼른 들어가 헤엄칠 준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점점 더 작아지고 열심히 지키고 있었던 내 미소도 찌그러지고 있었다.
왜 이러지?
돌풍속에서 바다로 떨어질 때 지느러미가 축제장 어느 구조물에 뜯겼는지 작은 구멍이 생겼고 지느러미뿐만 아니라 줄이 끊기면서 내 몸과 연결되었던 곳 역시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아주 작았지만 나의 뱃속 공기가 빠져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바람이 빠져나가고 있는 나는 고래가 아니라 그냥 비닐풍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 멋진 미소, 내 멋진 지느러미, 내 멋진 등과 배 그리고 내 멋진 이름 풍선고래…
바람이 빠지면서 나는 바닷속으로 속으로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정신도 혼미해졌다.
아 나는 이렇게 없어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