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줄로 엮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 곶감이 되었지
시가에서 가장 멋진 정원을 가진 사람은 요시자와 아주머니에요. 아기자기한 정원에 없는게 없어요.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야채를 키우는 텃밭, 볕 좋을 때 나와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테이블, ’지나가는 길에 신세 좀 집시다~' 하고 눌러앉은 고양이 가족까지요. 정원 한 편에는 취미생활을 위한 작업실도 있어요. 정원에 심은 야채, 무화과, 감을 먹고 껍질로는 천연염색을 해요. 참 친환경적인 생활이죠.
하루는 요시자와 아주머니 집에 머물며 곶감을 만들었어요. 일본어로는 호시가키 라고 해요. 안 신기한듯 신기해요. 일본에도 한국과 똑같은 곶감이 있구나 하고요. 요시자와 아주머니 집은 이미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었어요. 줄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도 있고 망에 넣어 말리는 녀석들도 있었죠. 망 한쪽의 감 껍질은 천연염색을 위해 모아둔거라 하더라고요.
아주머니가 “지금은 줄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는 망에 넣어 놓은 게 더 맛있을 거야” 하고 망에서 곶감을 하나 꺼내줬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새카맣죠? 곰팡이 같은것도 보이고요. 썩은게 아니냐고 물으니 "아니야~ 이 하얀건 포도당이 맺힌거야.” 라고 하시네요. 아하, 그렇군요! 이렇게 말리는 곶감은 처음이라 실례했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곶감은 봤지만요.
"이제 아래쪽 감들은 다 따고 꼭대기에만 몇 개 남았는데, 내일 따주지 않겠니? 내가 키가 작아서 말이야~”
아주머니가 감을 따 달라고 부탁하시네요.
긴 가위를 들고 감 따는 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여차저차 대롱대롱 버티던 나무 꼭대기 마지막 감까지 딴 뒤에는 작은 성취감도 오네요. ‘다른 집들 감 따기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저녁을 먹은 뒤에는 낮에 딴 감을 깎아 곶감 만들 준비를 했어요. 제가 깎으면 감 알맹이가 사탕만큼 작아질것 같아 깎는건 자제했어요. 대신 줄을 엮는 것을 도왔죠. 너를 줄로 엮었을 때, 너는 그냥 감에서 곶감이 되었지. 아 이상한 드립이네요. 제가 이런걸 좀 잘해요. 그나저나 이렇게 딱딱한 감이 나중에 곶감이 된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일본에도 한국과 같은 곶감이 있다는 것도요. 별것 아닌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처음인 저에게는 모두 신선한 체험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