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끝난 게아니야
시가에 머물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낚시를 가게되었어요. 오사카 옆에 있는 아와지시마(淡路島)라는 섬으로요. 고로라는 미용사 친구와 부인인 미카, 그리고 그의 친구들을 따라 간 밤낚시였어요. 낚시도 처음인데 말로만 듣던 밤낚시를 가게 되었네요. 비슷한거라도 해봤어야 알텐데, 어떤 기분인지 상상이 안되더라고요. 섬에 가기 전 낚시 용품점에 들러 미끼인 새우를 사다가 낚시 바늘에 끼우면서야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해요. 아, 진짜 낚시하러 가는구나 하고요.
편의점에 들러서는 간단한 음식을 샀어요. 저는 유부초밥을 사봤어요. 차로 돌아오니 ‘뭐 사 왔어?'라고 물어오네요. 제가 대답했어요. '오이나리상(おいなりさん)’이라고요. 원래 유부초밥은 일본어로 '이나리즈시'라고 해요. 그런데 어디선가 유부초밥을 '오이나리상'이라고 하는걸 들은거에요. 그래서 흉내를 내봤죠. ‘아 현지인들은 이렇게도 말하나보다’ 하고요.
그런데 제 대답에 다들 와하하하!! 하고 웃어요. 왜웃냐고 물어보니 “이나리(유부)에 '상'을 붙이면 남자의 고환이라는 뜻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오네요. 앗, 그래?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히 들었는데…좀 억울했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고요. 음식점에 가서 주문하는 상상을 했거든요.
식당에서 “주문하시겠어요? 라고 물어보는데 당당하게 “고환 한 접시 주세요“ 라고 답한다면… 아오…. 여기서 말한게 다행이죠.
유부초밥 소동을 뒤로 한채 아와지시마에 도착했어요. 드디어 낚시채를 잡아보네요. TV나 영화에서 본 낚시가 머릿속에 떠올렸어요. 한마리, 두마리, 낚시채에 물고기가 잡혀 올리오길 기다렸죠. 그런데 어쩜, 한마리도 없네요. 옆에서는 한마리 두마리, 계속 올라오는데요. 아 슬프다..밤바다는 또 왜이렇게 추운걸까요.
밤이 깊을수록 공기가 시려왔어요. 졸음도 오고요. ‘낚시고 뭐고 바닥에 누워서 잘까?' 싶었죠, 그런데 저편에 모닥불이 보였어요. 배를 타러 나가는 아저씨들이 불을 피우는것 같더라고요. ‘아 따뜻하겠다…’ 슬금슬금 그쪽으로 다가갔어요. 그리곤 아저씨들 사이에 살짝 껴서 몸을 녹이기 시작했죠.” 마치 일행인것 처럼요. 네 제가 좀 이래요. 여행하며 알게되었어요. 어디든 가서 스윽 묻어가는걸 잘한다는걸요.
그렇게 낯선 아저씨들 사이에서 몸을 녹인 뒤 낚싯대로 돌아왔어요. 입질이 오기를 다시 기다렸죠. 하지만 여전히 한 마리도 잡히지 않네요. 날은 밝아왔고, 저 혼자 한 마리도 잡지 못했어요. “여기 또 한 마리~” 다른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를 보니 꽤 많아요. 아 부럽다. 그래도 한 마리는 잡을 줄 알았는데…
다들 위로하러 와 줬어요. “해가 뜬 직후에는 물고기들이 뭍 쪽으로 많이 나오니까 너도 잡을 수 있을 거야!" 라고요. 그래도 입질은 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네요. 처음이잖아, 다음엔 잡을 수 있겠지 하고는 낚시대를 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순간, 물 속에서 뭔가가 잡아당기는게느껴져요. 어?어어?? 아, 이거구나! 입질이 온거였어요.
낚싯줄을 감아 올리니 손가락만한 전갱이 한 마리가 올라왔어요. 빙어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에요. 하지만 제 손으로 처음 낚아 올린 물고기라 그럴까요. 커다란 참치를 잡은 것 마냥 좋더라고요.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오늘 넌 나의 점심이 될거거든.
고로의 부인인 미카는 재일교포 3세에요. 부모님은 교포 2세고요. 결혼을 조금 어렵게 했어요. 고로의 부모님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 미카가 교포라고요. 그래서인지 고로는 한국에, 한일 관계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관심이 있어보여요. 한일 관계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요즘 한국사람들은 일본인을 보면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어오는 식으로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진 않거든요. 민감한 주제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는게 고마워요. 외면하는것보다는 조금씩 이야기를 하는게 좋지 않나 하고요. 이렇게 계속 이야기 하고, 만나고, 그러다보면 조금씩 나아지는게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