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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숲 Sep 28. 2020

백제사 나들이와 오코노미야키


아케미 아주머니의 주방이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저녁을 만드느라 분주한 날이었다. 아케미 아주머니의 딸인 메구미 씨 부부, 미유키 씨가 저녁을 먹으러 오기로 한 날이었었다. 여기에 한국에서 나의 대학 동기 하나가 일본에 왔다가 하룻밤 놀러 오게 되었다. 도합 7명, 아주머니 집 식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밥을 함께 먹은 저녁이었다. 


건강한 식사를 마친 다음날은 동네에서 한국어를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요시코 아주머니와 백제사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친구 녀석도 다음 일을 위해 떠나기까지 기차 시간에 여유가 있어 같이 가기로 했다. 백제사로 가기 위해 요시코 아주머니가 우리를 데리러 돠 친구가 작별 인사를 했다. 정 많은 아케미 아주머니와 마키 아저씨는 하룻밤 잠깐 머물다 가는 객손님의 객손님을 고향에 왔다 돌아가는 아들을 보내는 것처럼 아쉬워했다. 



아케미 아주머니의 집을 나와 요시코 아주머니의 차로 한참을 달린 뒤, 몇 번인가 이야기로만 들었던 백제사에 도착했다. 일본에는 백제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이 다섯 군데나 있다고 한다. 이 중 시가현의 백제사는 저 옛날 삼국시대, 쇼토쿠 태자[聖德太子]와 함께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용운사(龍雲寺)를 모방하여 창건한 절이다. 


쇼토쿠 태자! 국사책으로만 들었던 인물과 관계된 장소를 실제로 방문하다니. 심지어 외국에서, 한국에 있을 때는 이름도 몰랐던 곳인데! 백제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한국어 설명도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백제인들이 고향이 그리울 때면 이 곳에 올라 산너머 한국 방향을 심안으로 바라보며 백제를 떠올렸다고 한다.


백제사를 보여주고자 했던 요시코 아주머니는 준코 씨의 한국어 교실 학생들 중에서도 유난히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어 공부도 가장 열심히 했고, 나와 있으면 되도록 한국어를 쓰려고 했다. 한류 연예인이나 드라마를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한국이라는 나라 전반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인도 잘 모르는 곳을 여행하며 한국 문화를 배웠다. 요시코 씨가 한국을 여행하며 찍은 비디오들을 보며 '헉, 이런 게 있었나?' 하고, 내가 오히려 한국에 대해 배울 정도였다.  


내가 "한국에 애정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라고 하자 요시코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러게요, 저는 전생에 한국인이었던 게 아닐까요." (한국어로 말할 때는 존댓말을 하셨다) 

오래전 백제사를 지을 때 쇼토쿠 태자를 따라 건너와 시가현에 정착한 백제인들이 많다는데, 어쩌면 요시코 아주머니도 그 후손이 아닐까. 비록 나의 심안으로 백제사에서 한국땅은 볼 수 없었지만 한국에 애정을 갖고 우리에게 그곳을 보여주신 요시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백제사 산책을 마친 뒤, 요시코 씨의 집으로 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사코도 불러다가 4명이 되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 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 둘이 양배추와 오징어를 썰고 가쓰오부시를 홀홀 뿌려 오코노미야끼를 해 먹었다. 여러 재료가 섞인 오코노미야끼처럼 한국어와 일본어가 섞인 대화와 웃음소리 속에 쌀쌀하지만 훈훈한 10월 말 시가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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