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주변에 웹 브리지 공원이 있다.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길 산책로는 건강과 힐링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긴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 꼬불한 흙 길에는 청명한 새소리가 가득하다.
미국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하나가집 주변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공원이 많지 않고, 봄철 황사,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산책을 하기 어려운 한국에 비해 더없이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공원에서의 휴식에 방해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어느 공원을 가던지 조깅을 하거나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 "Hi"라는 영혼 없는 인사를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 영혼 없는 인사말이 "나는 너에게 적대감이 없고 너에게 어떤 위해도 가할 생각이 없다"라고 들리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 보다 반가운 인사말이다.
최근, 아시안 혐오범죄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묻지 마 폭행이 일어나면서 "Asian Live's matter"라는 구호까지 등장했으니, 지금까지는 영혼 없이 말하고 듣던 "Hi"라는 인사말이 더없이 반가운 것이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마스크를 하지 않고 웃고 떠들며 다가오는 무리를 만나거나 코로나 상황과 전혀 무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과거 아름답게 보였던 이들의 일상과 행동들이 이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애완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친근한 대화의 시작은 대개 애완견이 매개가 된다. "당신 개가 너무 귀엽다" "한번 만져봐도 되겠느냐?"등의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던지면 견주와 급격하게 친근한 모드로 바뀐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유쾌한 small talks, 귀여운 애완견의 털이 주는 감촉, 상대방의 웃음소리 등이 주는 작은 힐링이 항시 공원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힐링을 구하는 일은 상대에게 불편함이 될까 자제할 수밖에 없다.
요즘의 공원 산책은 코로나와 무관한 나무나 꽃과의 대화가 많아졌다. 가끔씩 웹 브리지 공원을 산책했지만 오늘은 처음 보는 꽃과 나무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코로나가 나의 시선을 바꾸어 준 덕분이다. 사람은 자기가 관심을 두는 것 만을 볼 수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봄 꽃들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 것이 요즘 내가 공원을 산책하며 누리는 힐링이다. 꽃에 관심을 가지게 되니 꽃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꽃나무 이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생물학을 전공한 한국의 지인, L 박사에게 사진을 보내며 꽃나무 이름에 대한 숙제를 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