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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Jul 11. 2021

육아휴직 후 보직 변경으로 인해
복직을 고민한다면

복직도 선택지임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길

만으로 14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이직을 해 보질 못했다.

안 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까?

틀을 깨고 나가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계리 업무를 하게 되면 큰 틀에서 숫자를 보느냐 보험상품을 만드느냐인데

내 성향은 숫자 보는 쪽이 훨씬 수월하고 마음 편한 쪽에 속했기 때문에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를 가나 하는 업무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에

업을 바꾸지 않는 한 현 직장에서 나갈 일은 없으리라 장담했었다.


그러나 세 번째 육아 휴직을 가게 되면서 

자의 없이 업무 분야를 바꾸게 되었기에 

복직 직전 마지막 최선을 다했다.


지인 회사에서 계리 업무에서 대리급 사원을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력이 무겁긴 하지만 그간의 경력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 진짜 숫자 보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었구나.


본부 내에서 팀 변경이 잦아서 내가 깍두기냐! 부서장에게 불만을 말했던 것이

본부장님께도 접수되어서 네가 적응을 잘해서 그렇지 절대 깍두기 시키는 건 아니다.는

입 나온 아이에게 사탕 주는 격의 대답을 들은 게 다였는데

그간의 힘듦이 이력서에서 이렇게 화려하게 빛이 날 줄이야!


이직과는 관계가 적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길 추천한다.

회사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의 시기는 언젠가 오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에서 과장 진급 시 

그간의 업무에 대해 정리해서 기술서를 제출해야 해서 

정리해 둔 내용이 있어서 업데이트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의외로 경력직 이직 시 이력서부터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이직 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 보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는 숫자 관련한 일을 해왔고 다시 해당 업무를 맡고 싶었다.

그런데 1년 반 동안 비재무 업무를 했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를 이직 이유에 녹였다.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간의 경력 중 재무 부분에 대한 경험을 더 어필하여 자기소개를 했고

이직 후 맡게 될 업무에 대해서 질의 전에 솔직함을 이유로 마구 이야기 하진 않았다. 

그러나 관련해서 질문을 받아 들고 모르는 것은 잘 모르지만

빨리 배우고 적응하는 편이니 최선을 다해 보마 약속했다.

그리고 10년 넘어 직장 생활했더니 모든 업무의 뼈대는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저의 강점을 이용하여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어필했다.


경력직답게 여유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고 

결과에 상관없이 면접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이 너무도 기특했다.


육아휴직 시절로 다시 돌아가 곱씹어본다.

그때 내가 회사의 처우에 화가 나서 복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을까?


이직은 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쫓기는 마음으로 매일이 쫄렸을 것 같다.

무엇보다 밀려나서 퇴사하는 기분을 씻지 못했을 것이다.


휴직으로 인해 업무가 변경되었고 

원래 업무 말고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면 이직하라.


그런데 이직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면

복직하고 새로 주어진 업무에 부딪혀보고

무엇보다 그간의 노력이 육아휴직이라는 이유로 좌절되었다는 

거절감 또는 실패감 또는 나도 모를 그 무엇으로 상처 받은 스스로를 

조금 도닥거리는 시간을 가진 뒤에도 기회가 온다.

이직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준비 없었던 나에게도 기회가 왔으니 말이다.


복직하고 고군분투하는 그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때 값진 보배가 되어줄 것이다.

온 삶을 보물 창고 뒤지듯 돌아보면 좋은 결과는 반드시 있다.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력서 제출용으로 사진 업데이트해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되어주더라 (출처: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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