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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Jun 24. 2021

이직의 본질

껍데기를 걷어내니 업에만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시작은 이랬다.

큰 아이가 올해 7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 달 정도는 제주 한 달 살기를 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정착해주고 한글까지 떼 주면 고맙고... 이를 위해 늦어도 9월부터는 주말을 이용해 엄마표 한글을 하고 12월에 퇴사하면 딱이겠다. 가을의 제주가 더 좋긴 한데 좀 더 저축해두는 게 좋으니 어쩔 수 없지.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하기엔 꽤나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막상 올해로 15년 경력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대화 잘하는 성격 좋은 직원으로만 남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번 화르륵 불태워보고 싶다."

"원래 일 욕심 있는 타입 아니지 않아?"

"지금 여기서 하지 왜."

"애도 많잖아. 여기가 베스트야."


나의 결심을 들은 직장 내 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늘 나는 이상주의자였고 고맙게도 펄럭거리는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성주의자들이 주변에 많았다.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내가 현 직장에서 다시 열정적으로 일해 보고 싶다 어필하려면 감내해야 할 것들은 "일 욕심 없던" 과거를 능가할만한 실력 증명. 그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투입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꼭 이 작은 세계에서 인정받는다고 만족스러울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난 일잘러였어. 마음을 안 먹은 게 문제였지. 자기 증명 정도 됐으려나.

커뮤니케이션도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기뻤던지!! (출처: Canva)

시간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 나의 궁극적 목적이며 이를 위해 업무 외 시간에 여러 형태로 나의 판을 만들고 그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나 자신이 이렇게나 크리에이티브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나. 스스로에게 놀랐다. 잠을 아껴가며 나를 찾아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그야말로 나를 쏟아부었다. 절대적인 급여는 직장에서 더 많이 주고 있었는데 일의 기쁨은 다른 곳에서 맛보고 있었다.


콘텐츠만 달리 해도 내가 여전히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탁월한지 시험해 보고 싶다. 바로 이것이 금번 이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이다. 더불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나의 '본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판이 좋겠다 싶어 다음 직장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본업의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직장으로 가려는 내 마음의 본질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데 대한 에너지 누수를 막고 새로운 환경에서 에너지 폭발시키는 내 성격을 이용해 "업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직하고 한 달이 지나서 이 글을 열어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너무 궁금하다.

볼에 요거트를 담을지 비빔밥을 담을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출처: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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