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카포 Jun 25. 2021

두 번째 퇴사를 그려본다.

퇴사일을 커리어종착일이아닌 시작일로 두길 참 잘했다.

2021년 6월 25일.

막내의 짜증 섞인 울음에 오래간만에 새벽에 눈이 떠졌다. 마음에 걸렸던 입사자 보완서류 제출을 할 겸 일어나 맥북 앞에 앉았다. 이게 새벽 5시에 할 일이냐며 현타가 왔지만 미루고 미뤘던 나도 책임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완료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싱숭생숭하지? 설마 6.25라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이 퇴사일이었다. 

퇴사일에 옮겨 갈 회사에 보완 서류를 제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며칠 전 만난 동기 언니가 퇴사 공지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다고 소식을 전해줬다.

"퇴사하니 시원섭섭하죠?"

"흐흐... 그러게요~"


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15년을 지내면서 회사 안에서 연결된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대해서는 분명히 섭섭했다. 하지만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시원했다. 현 직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얕게라도 모두 해봤기에 후회는 없었다. 게다가 10여 년간 한 직무에서 쌓아왔던 시간들은 이미 세 번째 복직을 하면서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 경력에의 아쉬움은 애 진작에 정리가 되어 있었다. 10년 경력을 100세 인생 안에서 보니 목숨 걸만큼 큰 이슈도 아니었다. 다양한 업무 경험이 오히려 이력서에 라인 하나라도 채워줘서 감사하기까지 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 퇴사하는 날이 온다면 어떤 상태이길 원하는지 생각해본다.

완전 시원섭섭하고 싶다. 


먼저는 나라는 존재의 그릇에 다른 업을 담았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이직하는 만큼 품고 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뒤의 시원함을 기대한다. 더불어 시간적 여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선택하게 된 상황에 대한 완전 섭섭함이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오늘 일찌감치 나를 깨워준 막내에게 고맙다. 일어나면 꼭 고맙다고 이야기해줘야지.

좋은 기회를 연결해준 언니에게도 고맙다. 그곳에서의 라이프가 신날 테니 기대하라는 긍정 자매님이 있어서 더없이 든든하다. 이 모든 기회를 열어주신 하나님께 제일 감사하다!


이전 06화 이직의 본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