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카포 Jul 07. 2021

사이드 프로젝트, 업이 될 수 있을까

이 둘이 꼭 별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

셋째를 임신하고 처음 겪어 보는 일들이 많았다.


양 편에 두 딸내미 손을 잡고 뒤뚱뒤뚱 걷자니

엄마가 고생하네 싶은 동정 어린 시선

또는 셋째 성별을 궁금해하는 오지라퍼도 만나고

무엇보다 토덧을 해봤다.

그것도 딱 한 번이긴 했지만...


애초에 임신이 잘 안될까 걱정은 했지만

임신하고 컨디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임신이 체질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가 연년생

월수로는 17개월 차이나다 보니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매우 컸다.

출처:Canva

세 아이 모두 같은 산부인과 원장님께서 받아주셨는데

셋째 임신 때는 배 초음파 촬영 도중에

누운 채로 엉엉 울어버렸다.


1년 새 산부인과 출입이 잦다 보니

임신 당사자가 아닌 남편에게 휴가 쓰라고 하는 게

눈치 아닌 눈치가 보여 혼자 다녀오마 얘기하고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추스르며

산부인과에 혼자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힘들겠어요."


원장님의 그 한 마디에

꼭꼭 단속해 두었던 여러 감정들이

수문 열린 댐에서 물 쏟아지듯 와르르 쏟아져 내린 것.


"원장님, 저 아무래도 우울증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요.

 아시는 전문의 계시면 소개 좀 부탁드려요."


눈물을 겨우 다 삼켜내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이성적인 모드로 돌아와

제일 먼저 건넨 말이었다.


안타깝게도 연계해드리던 분이 클리닉을 정리하셔서

소개해주기가 어렵겠다는 말과 함께

너무 무리 말고 몸 잘 추스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후로는 정기 검진을 거르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이랑 꼭 같이 산부인과에 갔고

힘들다는 말도 솔직하게 건네기도 했다.


가장 행운이며 은혜였던 건 나의 첫 코치님을 만났던 일.

예정되어 있던 저자 강연이 취소되어

강연 주최자였던 코치님께 아쉽다 건넨 말에,

"그냥 만나긴 소중한 시간이니 코칭 한 번 받아보실래요?"

그렇게 나의 산전 우울증이 씻겨 나간 4회기의 코칭이 시작되었다.


코칭의 매력에 사로잡혀 막내를 건강히 만나고

몸 풀자마자 코칭 교육을 받았다.

가슴에 모유가 차서 몸살이 올 지경이었지만

사흘을 꽉꽉 채운 교육과 실습에 

너무도 신이 나고 행복했다.


내가 받은 은혜의 시간들을

나 또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을 것에 기대되었고

무엇보다 나의 아이들과

더 나은 관계로 나가는데 귀하게 사용될

코칭의 매력에 푹 담가졌다.


매일 개인 코칭(이라는 미명하의 실습이었지만)으로 목이 잠기고

나의 코치님이 오픈한 그룹 코칭 과정 참여 중에

나 또한 그룹 코칭을 오픈하는 패기도 보였다.


코칭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는 의심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결론을 냈고

첫 유료 고객과의 계약으로 번 돈을 모두 남편에게 선물했다.

그 간 공부하고 실습하느라 주말을 오롯이 양보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과

거봐, 되지? 하는 자랑하는 마음을 담아.

출처:Canva

세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어 퇴사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

시어머니 카드가 갑자기 주어져 복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코칭으로 월급 받기 프로젝트는 잠시 멈춰졌다.


올해 들어서는 연말 퇴사를 목표로

그간의 커리어를 정리하고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 한 해를 보내자고 다짐했다.

스스로를 압박할 정도의 부담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


업무 외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키워 나갔다.

코치로서의 전문성도 키워나가 프로 코치로 승급됐고

나 조차도 진행형이긴 했지만

넥스트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도 강연으로 전달드렸다.


온라인 인연들과 남편에게는

퇴사하고 1년은 놀 거라고 마통 쓸 거라고

큰 소리 떵떵 쳤지만

사실 나 자신도 코웃음을 쳤다. 내가? 과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가고,

주위에 열심히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한 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는 현타가 왔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돈이 되는지에 대한 테스트는 마쳤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업이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이동한만큼

이제는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매 순간 임하고 열매를 맛보는 게 이번 스텝의 목표이다.

출처:Canva





이전 08화 나를 이해했더니 이직이 수월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