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카포 Jun 21. 2021

워라밸에 대한 재조명

워라밸 겟하고 고과 내줄까, 워라하 겟하고 돈 더 벌까?

 전 직장은 소위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다. 전 직원 중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50% 이상이 여성이고 그중 못해도 30~40% 이상이 기혼 여성일 것이다. 임원을 최종 목표로 본다면 여전히 한계가 보이지만 존버 하다 보면 부서장 정도까진 노려봄 직도 하다. 물론 개인이 부서장을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긴 하지만… 퇴사율이 굉장히 낮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이고 동시에 직원의 가정 돌봄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허용적인 회사이다. 연봉 안 따지면 우리 회사 남자 직원들은 일과 가정을 양립케 할 수 있는 좋은 신랑감이다.


 자녀가 셋인 워킹맘. 그냥 그런대로 지속해서 일을 했다면 적어도 잘리는 일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분위기의 회사를 왜 두 발로 걸어서 나왔을까?

출처: Canva

 매일의 삶에서 워라밸을 챙길  있다곤 하지만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고작해야 2시간 정도를 가족과 함께 보낼  있다. 코로나 확산세로 강제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통근하는 2시간을  보태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예상치 못한 코시국 수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 오피스가 안정화되고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한풀 꺾이자 회사 분위기는 마스크 쓰고 소규모 대면 회의가  많아진 느낌이더라. 금융계 직원들 대비 2시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 감사해야 하는데 나는 조금  원하는  많은 사람이었다.


 사실 워라밸을 챙기면 주어진 루틴의 업무를 하는데 시간을 사용하게 되니 나같이 평범한 직원이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보이기도 쉽지가 않다. 결국 워라밸을 선택하게 되면 평가, 즉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에서는 재미 보기가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생리를 받아들이는데도 시간이 조금 걸린 게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한 즈음에 이직의 기회가 주어졌고 워라밸과 성과, 동시에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best practice일 수 있지만 먼저 간 언니의 경우 3~4개월 단위인 듯했다.) 1~2주의 보상휴가를 받게 된다고 했다. 물론 직군과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10개월째 프로젝트에 갈아 넣어지고 있는 다른 언니는 나를 뜯어말렸다.


 면접 합격을 알게 되고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입맛도 잃은 채 머리가 아플 만큼 고민을 했다. 큰 아이는 곧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고 엄마의 손이 필요할 텐데 그 시점에 내가 원한다고 휴가를 쓸 수 없는 직군인데 어떻게 하지?

출처: Canva

 조금 더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입학 시점만 엄마가 필요할까? 아이에겐 엄마가 언제나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들 곁에서 함께 하는 시간 단위를 좀 더 큰 호흡으로 바라본다면 어떤가? 3~4개월에 1~2주의 휴가 동안 아이들과 찐타임을 보낸다면? 어차피 아이는 엄마가 24시간 붙어있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적어도 나의 만족도는 더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현 직장에서 이루기 어려운 연봉 인상도 있지 않은가. 금융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거 연봉 한 장은 찍어보고 싶다는 호기 어린 욕망도 결정에 한몫했다. (면접에서 희망 연봉 물어보셔서 한 장 주시는 거 아닌가요? 했다가 순간 겨울왕국이라도 된 듯 얼음 된 그 순간은 두고두고 내 삶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거다. 역시 카더라는 후폭풍 엄청난 정보의 원천이라는 깨달음도 찐하게 남겨주었다.)

 

 최종 결정을 한 뒤에도 사실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남편의 한 마디가 쐐기를 박았다.

 "어차피 라부는 네가 옆에 있는 거보다 좋은 키즈폰 사주는 걸 더 좋아할 거야."

아... 정말 이 아저씨... 늘 맞는 말을 아프게 한다. 마이 아팠다...


결국 나는 매일의 워라밸이 아닌 워라하(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를 선택하게 됐다.

워라밸을 찾고 싶은가? 공무원이 아닌 한은 연봉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혹시 워라밸과 연봉 인상 두 가지를 다 선사하는 직장이 있다면 바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다.

출처: Canva



이전 02화 백세 시대, 오래 일하려면 이직은  선택 아닌 필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