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 현 직장에 잘 적응하고 나니 이직 문이 열렸다.
워킹맘이 된 뒤 지속적인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을 나만의 양육관으로 직접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
먹고사니즘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가 더 긴급한 이슈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육아휴직을 들어가면서 두 번째 아이 돌봄 선생님과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별을 하게 됐던 것도
이젠 진짜 결단이 필요하다! 는데 생각이 다다르는데 큰 몫을 했다.
인정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맡기지 못하는 타입이다.
갑작스레 은퇴하시게 되신 시어머니께서 와주시지 않았다면
세 번째 복직은 선택지에 아예 포함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하니 반응이 복붙이었다.
"능력 좋다. 아니 애도 셋인데 언제 이직도 준비했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모든 게 은혜예요. 덕분이지요."
첫째는 내가 믿고 따르는 언니를 통해 이직의 문이 내 앞에 나타났고
기도하며 일단 두드려보기로 용기를 냈다.
현 직장에서 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다 어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미 해당 직군에서 해볼 수 있는 거의 전부의 스태프들과 거의 전부의 업무를 경험했기에
제가 해보고 싶습니다! 손 들고 싶은 업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제로부터 출발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던 것이었다.
일단 문을 주셨으니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면 들어가겠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하자 빠른 호흡으로 면접이 진행되었고
문이 활짝 열려서 그 뒤가 더 힘든 기간을 보냈다.
"진짜요? 진심 이 문 맞아요? 저 들어가요???"
둘째는 큰 아이가 저학년일 때까지는
양육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큰 그림을 수정했다.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함께 해 주시니 이직에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면접에서도 자녀가 있는지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시어머니께서 함께 지내시며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계신다고 대답하니 패스!
첫째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전업맘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고민했듯이
아이의 입학과 적응을 위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하지? 고민이 시작됐다.
현 직장에서 육아 휴직은 더 이상하기 미안해서 못하겠고
그렇다면 선택은 퇴사겠구나 싶었다.
퇴사하면 뭘 하고 싶은지 생각을 정리해보니
오롯이 아이들과만 한 달 정도 집을 떠나서 지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연말까지 꼭 기다릴 필요가 있나?
이직하면서 휴가를 얻어서 아이들과 여행하고
직접 아이들 등 하원 하고, 하원 후 놀이터 라이프도 즐겨도 괜찮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퇴사하려니 숨만 쉬어도 매월 저축한 돈에서 나가야 하는 금액이 너무도 빤해서
현재 상태대로면 퇴사하고도 수입을 위해 뭐라도 하며 종종거릴 내 모습이 너무도 눈에 보였다.
이직하는 직장으로 이동시 일하는 동안은 몇 배로 고생스럽겠지만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로의 소프트랜딩 또는
휴직 후 다시 경력을 잇기에 적합한 직종으로 판단되어 최종 결정을 했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업무일지는 출근해 보면 알게 되겠지.
결국 좋은 지인의 추천을 통한 면접 응시 기회,
우리 부부 외의 주양육자의 존재,
그리고 아직 현직에서 일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나의 열정이
하나님의 섭리하심 아래에서 어우러져 이직하게 되었다.
한 블로거분 글에서 백세 시대이니
5년씩 내가 살고 싶은 업에 도전하며 산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받아 들었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평생 업으로 삼고 싶은 일도 만나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이미 그려져 있다.
이를 분명한 삶의 방향으로 삼고 걸어가면서
중간마다 잘 걸어가고 있는지 점검하면 어딘들 꽃길 아닐지.